줄거리
조피아는 폴란드에서 가족과 함께 살던 평범한 소녀였다. 그러나 전쟁 중 영문도 모른 채 독일군에게 납치되면서 모든 것이 변한다. 조피아는 고향, 부모, 이름, 언어까지 모두 빼앗기고 완벽한 독일 아이인 소피아로 거듭난다. 모든 기억을 잊고 독일 소녀로 살아가던 어느 날, 조피아는 자신의 과거와 만나고, ‘누구였는지’, ‘누구여야 하는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과 마주한다. 아이의 삶조차 지워버리는 전쟁의 잔혹함 속에서, 조피아는 인간성과 정체성을 지켜내기 위한 용기를 낼 수 있을까.
나는 완벽한 아이라서 납치당했다
1940년대, 나치는 ‘완벽한 아리아인’을 인위적으로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레벤스보른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이 책의 주인공 조피아는 빛나는 금발과 반짝이는 파란 눈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납치당했다. 끌려간 조피아는 폴란드 가족, 언어, 이름, 추억을 모두 잊고, 독일 이름과 언어, 사상으로 ‘재교육’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이 소설은 전쟁이 아이들의 정체성을 어떻게 지워나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 아이의 삶이 지워지고 다시 쓰이는 그 과정은 독자들에게 강한 역사적 울림과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거친 역사의 한복판에서 진짜 나, 진짜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
이 책은 하루아침에 삶이 짓밟힌 한 소녀의 ‘정체성과 가치관 찾기 여정’이다. 또한 이 이야기는 모든 청소년이 겪는 성장 서사의 메타포이기도 하다. 기억을 잃은 채, 어쩌면 지운 채 새로운 가정에서 살아가던 조피아는 자신의 과거를 조금씩 되찾으며 흔들리기 시작한다. 납치된 아이였다는 사실, 옆의 또래 아이들과 다른 과거, 잊고 싶었던 진실을 마주하면서 그 아이는 질문한다. 나는 누구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또한 예전에 지녔던 모든 가치관이 다른 삶, 다른 세계에서 뒤집어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그 아이는 혼란스럽다. 인간은 한 사회에서 태어나 성장하면서 그 사회의 가치를 보편적인 세계의 가치로 습득하는 존재이다. 그런 만큼 확연히 다른 가치관의 두 세계를 강제적으로, 그리고 짧은 기간에 다 경험하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극한적인 조건은 조피아에게 그런 경험을 강제한다. 증오하던 것을 사랑해야 하는, 그리고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사랑하게 되는 조피아의 혼란을 비난하는 것은 쉬우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 두 세계 사이에서 길을 잃었던 조피아를 이해하고 그 아이의 여정을 따뜻한 눈으로 지켜볼 수 있다면, 우리의 청소년들은 ‘더 넓은 세계’를 품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모든 청소년에게 들려주는 ‘나를 찾고, 나를 만드는 이야기’다.
세상은 이분법으로 나뉘지 않아서,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인간은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다. 유사 이래, 그리고 지금도 서로의 영토와 목숨을 빼앗기 위해 전쟁이라는 참혹한 사태를 끊임없이 일으키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어도 자신을 희생하거나 헌신하며 타인을 구하는 인류애를 보여주는 일들 역시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은 이런 모순적인 인간 존재의 잔혹함을 극대화하는 것인데, 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와 나치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잔혹함을 보여준다. 그중 하나가 상식과 보편적 감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레벤스보른’ 프로그램이다. 우월한 인종과 민족이 전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는 히틀러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이 프로그램으로 수십만 명의 아이들이 납치되어 삶을 짓밟혔다. 그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한 본능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그 아이들은 선택할 수 있지 않은 것을 선택하도록 강요당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한다.
그들 중 한 명인 조피아의 시선으로 그려간 〈코끼리한테 깔릴래, 곰한테 먹힐래?〉는 그 아이가 겪은 사랑과 증오, 용감함과 비겁함, 진실과 거짓의 순간순간을 보여주면서 그러한 인간의 다면성이 개개인의 성격이나 특성의 발현이 아니라 사회 구조 속에서 만들어지고 강화된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사회 구조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선택을 하는 것은 너무나 힘든 것임을 시사한다.
이 책이 주는 커다란 울림은 이러한 다면적인 인간과 사회 속에서 선과 악의 구분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깨달음을 준다는 데 있다. 조피아의 독일 부모는 그 아이에게 지극한 사랑을 주는 부모였고 조피아는 그들에게 점차 진정한 애정을 느끼지만, 그러면서도 그들이 저지른 일의 악한 본질을 외면하지 않는다. 사람은 착하면서도 이기적일 수 있고, 친절하면서도 잔인할 수 있다. 이 책은 선악의 경계를 흐리는 것이 아니라, 선악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경계를 찾을 수 없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인간다움을 지키려는 ‘선택의 서사’를 강조한다. 그 선택은 때로 고통을 불러오지만, 우리는 존엄을 지키려는 노력을 계속해 갈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역사가 현재에 던지는 질문에 대해, 그리고 정체성과 인간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은 물론이고 간만에 흡인력 강한 책에 몰입해 보고 싶은 모든 이에게도 강력히 권하고 싶은 책이다.
어둡고 힘든 이야기가 이렇게 통통 튈 수 있을까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게임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조피아의 가족이 즐기던 “하나를 골라!”라는 ‘선택’ 게임이다.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라 “정신을 예리하고 똑똑하게 쓰게 해주는” 이 게임은 사실 우리의 인생을 관통하는 것이다. 먹는 것, 입는 것부터 입시와 취업, 결혼까지, 그리고 일상의 사소하거나 중요한 국면마다 우리는 선택을 한다. 선택을 하면서도 선택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 인생이기도 하다. 그런데 절박한 선택의 순간이 온다. 비록 조피아에게 그것은 너무나 절망적이고 힘든 것이었지만,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언어는 놀랍도록 경쾌하다. 찬란하게 빛나는 햇빛으로 인해 어두운 구름이 무겁게 느껴지듯 아이들의 진솔한 시선, 통통 튀는 말과 웃음으로 인해 이 무거운 역사의 무게가 더 뼈저리게 다가오는 역설의 미학이 이 소설의 진짜 매력이다. 그리고 독자는 알게 된다, 인생이 왜 슬프면서 아름다운가를.
도서출판 키멜리움
cimelium : 보물 상자(라틴어)
하나의 세상이 있다.
그것은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현실인바
쉽사리 바꿀 수도, 버릴 수도, 도망칠 수도 없다.
다른 세상이 있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과 생각으로 열리는 만화경인바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고 버릴 수 있다.
책은 그곳으로 가는 은밀한 통로다.
그 속에서 현실은 같으면서 다른 현실과 교류한다.
그것은 현실보다 더 참혹하기도 하고
현실의 데자뷔이기도 하고
미리 도래한 내일의 현실이기도 하다.
실재하지도 않는 그 다양한 세상이
우리에게 때로는 위로가 되고 때로는 길이 되고 또 때로는 절망이 된다.
키멜리움북스는 이 만화경을 그리는 도화지가 될 것이다.
그 속에서 누구라도 자신만의 보물 같은 세상을 마주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권 한 권 책을 내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