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기후 위기의 시대에도 변치 않는 유연한 삶의 지혜,
노자의 철학을 소설로 만난다!
2028년, 인공지능과 디지털 교육이 보편화되고 종이책의 자리가 사라지며 도서관장 백양은 이제 자신의 시간이 끝났음을 직감한다. 은퇴 후 책에만 파묻혀 지내던 어느 날, 백양에게 옛 친구 미경의 전화가 걸려 온다. 백양은 미경의 초대를 받아 제주도 남쪽 작은 섬 가파도로 뜻밖의 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도착한 제주도 남쪽의 작은 섬 가파도.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그곳에서 백양은 고양이를 돌보고, 자동차를 타는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삶의 속도를 늦추고, 친구를 떠나보내고, 쓰레기를 줍고, 매표소에서 일하고, 작은 도서관을 차리고, 『도덕경』을 읽고 이야기하며 노자의 철학을 삶 속에 담아낸다.
섬이 가르쳐주는 소국과민, 고양이가 보여주는 무위자연, 바다가 일러주는 상선약수까지…… 서쪽이 아닌 남쪽으로 간 노자가 발견한 삶의 지혜를 만나 보자.
시공간을 뛰어넘어 ‘지금, 여기’와 호흡하는 『도덕경』
노자는 주나라가 쇠퇴하면서 여러 제후국이 중원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던 춘추 전국 시대(기원전 770~기원전 221)에 살았던 철학자로, 도가(道家) 사상의 시조이다. 전쟁이 끊이지 않고, 사람들의 삶은 피폐해져만 가던 난세 속에 인간과 사회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 사상가들이 등장했으니, 이들이 바로 공자, 맹자, 묵자, 한비자, 장자 등을 아우르는 제자백가다. 그중에서도 노자는 평화로운 삶과 사회에 이르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노력이 아니라, 만물의 질서인 ‘도(道)’를 따르는 ‘덕(德)’을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런 노자의 사상이 집약된 말이 바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이었다.
주나라가 쇠퇴하자, 노자는 마침내 은둔하기로 결심하고 서쪽으로 떠났고, 이후 자취를 감췄다고 전해진다. 세상을 향해 나서지 않고 은둔했던 탓에 오랫동안 노자의 철학은 소극적이고 현실 도피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노자는 누구보다도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며, 자연의 근본 원리를 현실에 적용할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한 선구적인 사상가였다. 그의 유일한 저서이자 불과 5천 자 남짓한 짧은 글인 『도덕경』이 2500년이 넘는 세월을 뛰어넘어 끊임없이 사랑받고, 동서의 장벽을 넘어 서양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동양 고전으로 자리 잡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 기후 위기와 전쟁이 뭇 생명을 위협하고, 부와 지위를 향한 욕망과 경쟁이 극에 달한 오늘날은, 노자가 살았던 혼돈의 시기와 많은 부분 닮아 있다. 기원전 6세기경 노자가 제시한 삶과 우주에 대한 통찰이 지금 이곳의 우리에게 변함없이 깊은 울림을 주는 까닭이다.
이 책은 제주도와 마라도 사이에 있는 가파도로 향한 백양이 섬에서 이웃, 자연, 고양이와 관계 맺으며 노자의 철학을 마주하고, 노자의 사상을 삶으로 실천해 내는 모습을 그린다. 그런 점에서 백양은 오늘날 우리 곁에 살아 돌아온 노자와 다름 아니다.
소국과민小國寡民 * 가파도에서 만난 노자의 이상향
“나라를 작게 하고 인구를 적게 하십시오.
아무리 좋은 무기가 있더라도 쓰지 마십시오.”
―『도덕경』 80장 중에서
미경의 초대를 받고 가파도로 향한 백양은 낮은 돌담과 작은 집들, 푸른 청보리밭이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노자의 이상향을 떠올린다. 나라는 작고 사람은 적은 소국과민의 땅. 사람을 죽이는 무기도 없고 이사 가는 사람도 거의 없는 곳. 간결하게 말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곳. 풍속이 즐거워 이웃 나라를 탐하지 않는 곳.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다가 죽을 수 있는 곳. 노자는 이런 나라라면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다치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자에게 ‘부국강병’은 평화의 반대편에 있는 말이었다.
그리고 노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노자는 ‘채움’이 아니라 ‘비움’을, ‘높임’이 아니라 ‘낮춤’을 이야기했다. 노자는 집 안을 금은보화로 가득 채우면 행복이 가득 차는 게 아니라, 금은보화를 지키려고 불안이 가득 찬다고 생각했다. 나아가, 권력을 탐하고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사람들에 의해 사회가 어지러워지고 나라가 쇠퇴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노자는 자신의 보배로 ‘자애로움’과 ‘검소함’과 ‘나서지 않음’(겸손)을 꼽았다. 백양은 가파도의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느린 속도로, 천천히 살아가며 노자가 말한 소국과민의 이상향을 생각한다. 그리고 더 많은 부와 높은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바쁘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현대인의 삶을 성찰한다.
무위자연無爲自然 * 살아 있는 노자, 고양이의 말 없는 가르침
“세상의 지극한 부드러움이 세상의 지극한 단단함을 이기는 법.
자신을 없애야 틈 없는 곳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함 없음의 유익함을 압니다.”
―『도덕경』 43장 중에서
친구들이 가파도를 떠나면서, 백양은 홀로 지내게 된다. 아니, 사실 뜻밖의 식구들이 생긴다. 바로 미경이 돌보던 고양이들의 집사가 된 것. 난생처음 고양이들을 돌보면서 백양은 의문을 갖는다. 개를 키우는 사람은 ‘주인’인데, 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집사’라고 하는 걸까? 고양이들과 통성명을 하고, 가까워질수록 백양은 그 이유를 깨닫는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어디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와, 뭔가를 자꾸 소유하려고 하고 항상 어딘가에 매여 고단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처지를 비교해 보면 고양이가 주인이고, 인간이 집사인 게 맞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아가, 백양은 고양이들에게서 노자의 모습을 발견한다. 부드러운 행동, 유연한 몸짓, 나른한 태도, 근심 없이 깊은 잠,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삶.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고도 풍족하게 존재할 수 있는 고양이를 보며, 백양은 노자가 말한 ‘무위자연’의 삶을 떠올린다. 고양이들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억지로 하지 않는 ‘무위’의 유익함을 백양에게 말없이 가르쳐 준다.
상선약수上善若水 * 바다가 일러 주는 생태적 지혜
“가장 훌륭한 것은 물과 같습니다.
물은 만물을 섬길 뿐 만물과 다투지 않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거합니다.
그래서 도(道)와 가깝습니다.”
―『도덕경』 8장 중에서
어느 날 백양은 가파도 해안가에 잔뜩 쌓인 해양 쓰레기들을 마주한다. 이웃들이 부지런히 쓰레기를 치우지만, 멀리서부터 파도를 타고 떠밀려오는 쓰레기들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들이 바다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이는 다시 바다에 의지해 살아가는 어부와 해녀를 비롯한 가파도 주민들의 생활을 위협하고 있었다.
노자는 최고의 선이 물과 같다고 했다. 물은 모든 것을 섬기고, 만물과 다투지 않으며, 낮은 곳에 임하기 때문이다. 낮은 곳으로 향한 물은 바다를 이루고, 바다는 뭇 생명과 인간이 버린 쓰레기까지 받아안는다. 백양은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그 악영향이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는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노자의 가르침대로 물을 닮고, 자연을 닮아야 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웃들과 합심해 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청보리 축제 기간에 걷고 뛰며 쓰레기를 줍는 이벤트를 마련한다. 나아가, 축제가 끝난 뒤에도 어떻게 하면 일상 속에서 쓰레기를 줄이고, 깨끗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인공지능의 시대,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노자와 함께하는 가르침과 배움의 길
평생을 책과 더불어 살아온 백양은 인공지능 시대가 다가오고 종이책의 자리가 위태로워지면서 이제 자신의 시간이 끝났음을 직감한다. 그러나 가파도에서 『도덕경』을 가르침과 배움의 관점에서 새롭게 읽고 쓰면서, 인공지능 시대 교육과 학습의 의미를 재발견한다. 그리고 새롭게 해석한 『도덕경』의 문장들을 통해,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자신이 발견한 『도덕경』 속 가르침과 배움의 길을 이야기한다.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더 빠르게 정보를 처리하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익혀야 할까? 백양은 인간은 스스로 무엇을 모르는지 묻고, 새로운 앎에 대한 호기심으로 질문하는 존재라는 데에서 답을 찾는다. 이제는 그럴듯한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늘 새롭게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다른 부분을 나누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많은 지식과 정보만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노자는 “남을 아는 것은 지혜, 자신을 아는 것은 밝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가르침과 배움에는 끝이 없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가르침과 배움의 관점에서 다시금 써 내려간 『도덕경』의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 교육과 학습의 길을 헤아리는 백양의 시선은 청소년뿐 아니라 자녀 교육에 고심하는 학부모, 교육 현장에서 학생을 만나는 교사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청소년을 위한 사계절 지식소설 시리즈
사계절 지식소설은 누구나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철학, 심리학, 인류학, 생태학 등 새로운 학문의 세계로 쉽게 입문할 수 있도록 소설과 지식이 만난 청소년 교양 소설 시리즈다. 소설 속 이야기를 재미있게 따라가다 보면 처음에는 낯설었던 새로운 지식들이 어느새 자신의 삶과 연관되어 쉽게 이해된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깊이 있는 지식을 청소년 독자들에게 쉽고 재밌게 전달해 온 사계절 지식소설 시리즈는 여러 공공 기관 및 청소년 관련 단체에서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올해의 청소년도서 ★책으로따뜻한세상만드는교사들 권장도서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추천도서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청소년 북토큰 선정도서 ★환경교육협회 전국환경과학독후감대회 선정도서 ★전국독서새물결 대한민국 독서대회 선정도서 ★청소년 책날개 추천도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 권장도서 ★전국청소년독서감상문발표대회 선정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