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한길을 걸어온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성찰의 힘
KG그룹 곽재선 회장, 경영 에세이 《곽재선의 창》 출간!
1985년 직원 네 명의 작은 회사에서 시작해 KG모빌리티, KG케미칼, KG이니시스, 이데일리 등 19개 가족사를 아우르며 KG그룹을 일군 곽재선 회장이, 40년간의 기업 경영과 인생 여정을 통해 얻은 생각을 정리한 책 《곽재선의 창窓》을 출간했다.
처음 시작은 사내 임직원을 위한 칼럼이었다. 그러나 좋은 향이 멀리 퍼지듯, 그의 글에 담긴 깊이와 통찰은 널리 소문이 났고, 마침내 2025년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오기에 이르렀다.
곽재선 회장은 사업을 “내가 쓰는 것 외에 ‘하나 더’를 만드는 일”(18쪽)로 정의한다. 자신의 필요를 넘어 타인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일이며, 인간의 삶을 책임지는 일이라고 말한다. 철저한 계산과 기획 속에서 시작하지만, 사업의 본질은 “모두를 위한 의무”(18쪽)라고 단언한다. 그러하기에 선택과 실행의 최전선에서 여전히 고민하고 도전하는 현역 경영자인 그의 생각을 담은 《곽재선의 창窓》은 단순한 성공스토리나 경영 전략서가 아니다. 한 사람의 기업인이 세상과 일,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왔는지를 솔직하게 풀어내어 내공과 진정성이 느껴지는 ‘내면 보고서’다.
그의 책에는 회장으로서 결단을 내려야 했던 순간들, 인간적인 흔들림을 감춘 채 감내해야 했던 고독, 어떠한 벽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끈기와 고집이 담겨 있다. 또 일에 임하는 태도,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 실패를 견디는 법 그리고 긴 호흡으로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게 녹아 있다.
사업가로서의 경험뿐 아니라, 일과 사회에서 한 인간으로서 겪어온 시간이 담긴 그의 글은 저자의 내면에서 길어 올린 성장과 사유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래 달인 탕약처럼 입에는 쓰지만, 몸과 마음에 보약이 되는 메시지는 단순한 경영 철학을 넘어 ‘일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인생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독자들에게 삶의 지표가 되어줄 것이다.
곽재선 회장은 서문에서 “좋은 선배이고, 지혜로운 어른이어야 하겠다”(4쪽)란 마음이 이 책의 집필 의도라고 밝혔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우리 산업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에 중요했던 산업이 주목도가 떨어지기도 하고, 완전히 다른 산업이 부상하기도 한다. 40년간 여러 업종의 회사를 운영하면서 끊임없이 정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저자는, 어렵게 찾은 정답이 정답이 아닐 때도 있었지만, 정답을 찾기 위한 노력, “다만 힘들게 오늘을 풀어가는 누군가에게 또 다른 내일을 선택할 힘”(6쪽)만 있다면 오늘 내리는 우리의 선택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삶으로써 의지를 증명해온 저자의 글을 읽으면 삶의 길을 보여주는 든든한 어른에게서 뾰족한 지혜 한 수를 얻게 된다.
사업의 최전선에서 길어 올린 인생의 문장들
누구라도 40년간 한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남기고 싶은 말이 생긴다. 그렇게 마음속에서 곱씹고 곱씹은 생각을 저자는 4개의 창으로 나누었다. 그런데 왜 ‘창窓’일까? 창은 안과 밖을 모두 보는 통로다. 타인도 보고, 세상을 마주하지만 동시에 나를 비추고 돌아보기도 하는 창구다. 그래서 ‘곽재선의 창’은 저자가 세상과 사람 그리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깊고 진솔한 사유의 통로가 되었다.
1장은 일의 창이다. 1개의 회사를 19개의 회사로 확장하기까지, 왜 어려움이 없었겠는가. 사업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저자는 비난받을 용기를 감내하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결단을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받은 상처는 상흔으로 남은 게 아니라 저자를 지키는 창과 방패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일의 현장에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잊지 않는 열정적인 사람, 보고보다는 공유를 하는, 타인을 이해하는 리더가 되라고 당부한다.
“일을 덜 힘들게 하려면 작은 성과부터 내는 것이 좋습니다. 그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은 짧을수록 좋고요. 피드백이 빨라야 수정도 빨라집니다. 오래 붙들고 늘어져 봤자 진만 뺄 뿐이지요. 권투 선수가 그렇다고 하지 않습니까. 내미는 주먹에 상대가 맞지 않고 헛스윙이 될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답니다.” -35쪽 〈일과 친해지는 법〉
2장은 삶과 일을 건너가는 지혜의 창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한평생을 잘 살아내는 지혜가 담겨 있다. 돈이 많다고 결과가 좋다고 다 행복한 것은 아니다. 행복은 우리 마음에 달려 있고, 그 크기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메시지를 저자는 경험에 녹여 들려준다.
“우리 삶은 ‘허들 넘기’의 연속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더 높은 허들’과 ‘좀 낮은 허들’이 있을 뿐이지요. 제가 아는 한 세상은 절대로 꽃길만 내어주지 않습니다. (…) 허들은 넘으라고 놓아둔 거지 피하라고 놔둔 게 아니니까요. 우리 인생도 다를 게 없습니다. 어차피 장애물 경주를 피할 수 없다면 장애물을 넘어야 게임이 끝납니다. 요리조리 빠져나간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입니다.” -139~140쪽 〈허들은 넘는 거지 피하는 게 아닙니다.〉
3장은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여러 사업을 하면서 저자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을 했을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 수 많은 사람과 일을 만나며 얻은 금과옥조 같은 깨달음을 전한다. 상대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하지 말고, 따질 때도 감정을 빼고 담백하게 하라는 메시지는 솔직하고 이성적인 저자의 성격을 잘 보여주며, 갈등 상황을 피하지 말고 상대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라는 메시지는 어른 곽재선의 면모를 보여준다.
“사람과의 관계라면 그 상대가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란 걸 생각하고, 일과의 관계라면 그 일이 나에게 꼭 필요한 일이란 걸 생각해보는 겁니다. 갈등이 있다는 건 내 옆에 중요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고, 나에게 중요한 일이 있는 것이란 의미가 생깁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내가 겪는 갈등 때문에 힘든 그 순간이 상대에게도 힘든 순간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겁니다.” -250쪽 〈갈등을 피하지 마세요〉
4장은 인생의 창이다. 일도 사람도 사업도 행복도, 모여 모두 하나뿐인 내 인생이 된다. “내가 사는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었던 내일이다”란 말이 있다. 내게 주어진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지 안다면 하루도 허투루 쓸 수 없다. 그 소중한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저자의 목소리로 들어본다.
“답은 나온 듯합니다. 이미 인생에서 할당량이 딱 떨어지는 ‘정해진 것’에 과욕을 부리지 말고 차라리 ‘정해지지 않은 것’에 열망을 가지는 게 현명하다는 겁니다. 하나라도 더 해보겠다는 열정, 가보지 않은 곳에 닿아보겠다는 용기 말입니다. 결국 내가 하는 것까지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내가 가는 곳까지가 내가 갈 수 있는 길입니다.” -319쪽 〈정해지지 않은 것에 도전하세요〉
이 책은 한 기업인이자 리더의 경험담을 넘어, 일과 사람, 인생을 관조하는 한 인간의 깊은 사유를 담고 있다. 경영이라는 척박한 현실 속에서 원칙을 지켜낸 삶, 관계 속에서 성찰하며 얻은 통찰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정직하고자 했던 태도가 책의 문장마다 고스란히 묻어 있다.
《곽재선의 창》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이 책이 독자에게 삶의 좌표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또 오늘보다 한 걸음 더 나은 내일을 향한 지혜의 단서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