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 편견과 변화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그림책.아이의 상상력과 사고력을 키워주는 토미 웅게러의 대표작!
아이들에게 강도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강제로 남의 물건이나 돈을 빼앗는 사람, 또는 잔인하고 무서운 사람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이들 그림책에 강도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마땅치 않은 어른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그림책은 그러한 선입견에 반기를 든다.
검은 망토와 검정 모자로 온몸을 가린 무시무시한 강도 세 사람이 나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엔 빨간 도끼와 나팔총, 후춧가루 발사기가 등장한다.
검정과 빨강의 조화는 도구의 위력을 과시하기에 충분한 힘을 발휘하고, 아이들은 무엇이 시작될 것인지에 대해 흥미를 나타내기 시작한다.
강도들은 말눈에 후춧가루를 뿌려 마차를 세우고, 도끼로는 마차 바퀴를 부순다. 나팔총으로는 사람을 위협하여 돈을 빼앗는다.
여기까지 보면 이 세 강도는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강도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다음에 벌어진 일은 무시무시하거나 잔인한 얘기가 아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강도는 인정많은 강도들이다. 물론 무시무시한 흉기로 남을 위협해서 훔치는 강도였지만, 티파니라는 고아를 만난 뒤부터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순진무구한 어린 아이 하나가 잔인하고 무서운 강도의 마음을 움직여 놓은 것이다.
강도들은 티파니를 만난 뒤로 자신들이 모은 재산을 착한 일에 쓰게 되는데, 길을 잃은 아이나 버려진 아이, 불행한 아이들을 닥치는 대로 데려와서 보살펴 준다.
“어떤 돈이든, 언제 어디서나 유용하게 쓸 수 있다.” 토미 웅게러의 생각은 이렇다. 하지만 우리는 이 책에 나오는 강도에 대해 아이들과 한번 다르게 이야기해 보자.
좋지 않은 방법으로 번 돈이지만 착한 일에 썼으니까 괜찮다든가, 어쨌든 남에게 피해를 주고 돈을 모았으니까 나쁘다든가 아이들 나름의 생각이 있을 것이다.
이때에 주의할 점은, 아이들이 강도 편을 든다고 절대로 나무라지는 말라는 것.
법이니, 규범이니, 윤리니 하는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사회의 악으로 규정되는 일탈 행위를, 어린이들은 어른들과는 다른 눈으로 볼 수도 있으니.
이 그림책은 색다른 주인공을 선택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는 점말고도 색이나 그림이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어둡고 신비한 그림들이 놀랍도록 재미나고 의미심장하게 어우러져 있다. 검정과 청색이 주조를 이룬 그림은 정적과 으스스함을 더욱 고조시키고, 검정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상당히 컬러풀하게 느껴진다.
단순화된 선과 색의 만남이 변화무쌍하게 흐르고 있다. 세 강도가 검정 망토와 검정 모자로 온몸을 가린 채 빨간 도끼를 들고 있는 표지 그림은 아이들을 이야기 속으로 강렬하게 끌어당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