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 세계의 플레이어입니다.
혼자서는 이 세계를 구할 수 없습니다.”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펜타월드 : 구원받은 세계」
이 세계는 그저 게임이 아니다!
펜타랜드는 게임 「펜타월드 : 구원받은 세계」 속 세계관을 구현한 테마파크다. 번개를 다루는 요정들의 나라 ‘썬더볼트’, 풍부한 탄광과 철저한 계급의 나라 ‘오세아니아’, 물과 스모그, 증기기관의 나라 ‘탈라세나반도’ 그리고 사막 속 사이버 오아시스가 펼쳐진 과학기술의 나라 ‘네메시온’까지. 각기 다른 대륙별 콘셉트로 꾸며진 펜타랜드는 게임의 인기와 함께 많은 관람객들이 찾는 명소다. 그러던 어느 날, 관람객 한 명이 감전되어 죽는 사고가 발생하고 자연스레 사람들의 발길도 끊긴다. 테마파크 측은 이를 쇄신하기 위해 입장권 반값 할인, 불꽃놀이 등 다양한 이벤트를 시행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코스튬 및 무기 무료 대여 이벤트가 인기를 끌며 펜타랜드에도 다시금 활력이 돌기 시작한다.
하지만 코스튬의 익명성을 빌린 관람객 한 명이 NPC 아르바이트생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 장면이 쇼츠 영상으로 인터넷에 퍼지며 ‘펜타랜드 GTA 강도 사건’, 일명 ‘펜지타’라는 오명까지 얻게 된다. 이후 펜지타는 챌린지화되어 아이러니하게도 관람객이 더욱더 급증하는데…….
감전사로 시작된 미스터리, 밈이 된 폭력의 유희
누군가는 누군가의 즐거움을 위해 계속해서 탈을 써야 하는
당신이 꿈꾸던 모험의 시작, 펜타랜드
펜타랜드 썬더볼트 구역 내 위치한 튤립 미로. 마왕성에 도달하기 위한 최종 관문이자 게임 속 시작점이기도 한 그곳에서 ‘나’는 두더지 NPC ‘땅파굴’ 역할을 맡고 있다. 두꺼운 인형 옷을 착용하고 근무해야 하는 ‘나’에게 무더운 여름은 고통스럽기만 하다. 묵묵히 일에 몰두하던 ‘나’는 어느 날 우연히 볼트 마을 목공방에서 근무하는 ‘천진우’와 안면을 튼다. 둘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친밀해지고. 그러던 중 천진우가 근무하던 목공방에서 불의의 사고가 벌어지고 그 여파로 그는 부당해고 통보를 받아 홀연히 사라진다. 그로부터 며칠 뒤, ‘펜지타’의 범인이 천진우가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소문을 들은 ‘나’의 마음속에도 스멀스멀 의심이 싹트는데.
한편 매표소에서 근무하는 ‘지안’ 역시 마음이 심란하다. 어렸을 적 보육원에 버려진 뒤, 어머니의 재혼 소식과 함께 이부동생 ‘신지환’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것. 그 뒤로 지안은 혹시 이부동생이 티켓을 구매하러 오진 않을지 관람객의 얼굴과 이름을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펜지타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자신과 묘하게 닮은 청소년 관람객이 매표소를 찾아온다.
‘내 몸에 대한 결정권은, 그리고 내 삶은 과연 내게 있는가’
여성으로서의 삶과 몸
8월 1일부터 보름 동안 이어지는 불꽃놀이 이벤트로 탈라세나반도 구역 역시 사람들로 붐빈다. 워터 파크 테마로 꾸며진 이곳에서 또 다른 화자 ‘나’는 라이프가드로 근무 중이다. 이벤트 마지막 날, ‘나’는 퇴근 후 자신의 섹스 파트너인 ‘재상’과 함께 불꽃놀이를 보러 가기로 한다. 재상이 오늘도 어김없이 자신에게 섹스를 요구할 거라는 걸 알지만, ‘나’는 그를 강하게 거부하는 일이 쉽지 않다. 자궁 경부에 손상이 되었다는 의사의 말을 들은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혼란스러운 상태로 재상과 함께 이벤트 장소를 찾은 ‘나’. 곧 화려한 불꽃놀이가 하늘에 떠오르고 ‘나’는 홀린 듯 바라본다. 그런 ‘나’의 눈에 불현듯 무언가가 튄다. “먼지라기엔 크고 딱딱한” 폭죽 파편이었다. 축제 기간 내내 미처 보지 못했던 파편의 존재처럼, ‘나’는 이제껏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문제들을 떠올린다. 여성으로서의 삶과 몸에 대한 결정권이 과연 자신에게 있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것.
“펜타랜드에 가자.”
일하고, 사랑하고, 또 미워하는
우리들의 마지막 퍼레이드
어린 시절, 아버지와 이혼 후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된 ‘나’. 살고 있던 집에서 유일하게 챙겨 온 콘솔게임 「펜타월드 : 구원받은 세계」는 모녀를 이어 주는 커다란 존재였다.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된 ‘나’는 엄마로부터 독립하지만 얼마 안 가 엄마의 사고 소식을 접한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병간호로 인해 ‘나’는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안쓰러운 마음 사이에서 혼란을 겪게 되고. 엄마는 그런 딸을 이해하듯 마지막 여행을 제안한다. “펜타랜드에 가자.” 오랜만에 찾은 펜타랜드에서 모녀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한편 나의 마음속에는 불안한 예감이 스며든다.
소설은 현실보다 더 잔혹한 테마파크 ‘펜타랜드’를 배경으로, 치열하게 일하고 사랑하며 미워하는 여성들의 삶을 그려 낸다. 저마다 살아 내고 있는 모습은 다를지언정 그 아래 본질적인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양기연 작가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 날아든 사이렌 소리를 끝으로 독자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