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그런 날 있잖아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의욕조차 없는 날. 날씨가 화창하면 뜨거워서 싫고, 비가 오면 축축해서 싫고, 그냥 축 늘어지고 싶은 날이요. 그런 날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자고 하면 어떨까요? 예를 들면… 오아시스 같은 곳으로요!
커디는 오늘도 심술 중!
아침을 맞은 낙타 무리는 눈을 뜨자마자 부지런하게 움직여요. 오늘은 오아시스에 가서 물놀이하는 날이거든요. 사막의 오아시스라니! 멋진 휴양지를 떠올리면 상상만으로도 너무 두근거리고 설레지 않나요? 그런데 어린 낙타 커디는 그렇지 않은가 봐요. 아침부터 잠도 못 자게 웬 노래냐며 짜증을 내는 걸 보니까요. 다른 낙타들은 이런 커디가 익숙하다는 듯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떠날 채비를 마쳤어요. 커디가 짜증 내고 심술부리는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었거든요.
어쩔 수 없이 함께 길을 떠났지만 커디는 불만이 가득했어요. 발걸음은 천근만근인데 날도 어찌나 뜨거운지 더위를 먹어 눈앞이 점점 아득해지는 것 같았어요. 어른 낙타들에게 제발 업어 달라고 떼를 쓰고 앙앙대도 넌 혼자 걸을 수 있다는 응원만 돌아왔고요. 결국 커디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미동 조차 하지 않았어요. 아무리 달래고 설득해 보아도 대쪽 같았죠. 갈 길이 먼 낙타들은 어쩔 수 없이 하나둘 떠나고… 어느새 커디의 시야에서 사라졌어요. 잠깐, 이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인데요? 혼자 남겨지는 건 너무 당황스럽다고요!
변화의 시작이… 고작 ‘미소’라고?
혼란스러운 커디가 날쥐 존을 우연히 만나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해요. 툴툴대고 의욕이 없는 커디에 비해 존은 생기발랄하고 쉴 새 없이 재잘대는 친구거든요. 심술부리는 성격을 바꾸고 싶던 커디는 존에게 자신을 도와 달라고 이야기해요. 어떻게 하면 너처럼 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도 물어보지요. 물론 존이 알려 준 이야기는 커디가 받아들이기에는 낯설고 의아했어요. 기대를 품고 물어본 것에 비해 돌아온 대답은 너무 싱거웠고, 커디에게 그 해결책은 뭐랄까… 냉큼 따라 하고 싶은 게 아니었거든요. 그렇잖아요. 방법이 고작 ‘미소 짓기’라니요. 그런 건 절대 안 한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했지만, 자꾸 입꼬리가 들썩들썩하고 어느새 실실 웃음이 나오는 커디예요.
작가는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이미 내 안에 존재한다고 말해요. 어마어마하고 대단한 무언가가 필요한 게 아니라 그저 내가 마음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요. 사실 커디가 존에게 먼저 도움을 청했다는 건, 마음 한구석에서는 바뀔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뜻 아닐까요? 변화의 불꽃이 이미 커디의 마음 속에서 조금씩 타오르고 있었던 것이지요.
심술이 꿈틀꿈틀, 생각은 뒤죽박죽
커디는 자신이 말도 안 되는 심술을 부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된다는 것도요. 하지만 생각대로 행동하는 게 어디 그리 쉬운가요? 머리로는 살찐다는 걸 알면서도 어느새 맛있는 음식을 보면 손이 가고, 오늘은 꼭 운동하겠다고 다짐해도 침대에 누운 채 꼼짝 못 할 때가 있잖아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아도 심술이 마음속에서 꿈틀꿈틀 튀어나올 때가 있어요. “넌 도대체 왜 그러니?”, “무슨 일이야?” 하고 물어도 소용없어요. 나도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는데, 뭐라 설명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유를 모르겠다는 게 꼭 이상한 건 아니에요. 모든 감정에 명확한 원인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이럴 날엔 억지로 이유를 캐묻기보다는, 그냥 심술이 나는 그 마음 자체를 이해해 주세요. 괜히 이유를 물어야 하는 사람도, 그걸 말해야 하는 사람도 모두 지치지 않기 위해서요.
언제나 씩씩하고 밝을 필요는 없어요. 이유 없이 울적한 날도, 괜히 심술이 나는 날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난 왜 자꾸 심술이 날까?》는 그런 마음을 가볍게 토닥여 주는 책이에요. 때로는 예상치 못한 농담 한 마디, 웃음 한 조각에 마음이 슬며시 녹는 법이지요. 엉킨 마음에 웃음 한 방울을 흘려 주는 이야기.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감정 그림책을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