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사례로 배우는 글로벌 시민 의식
책에는 아름다운 지구별을 가꾸는 데 걸림돌이 되는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지은이는 이름조차 낯선 나라 에리트레아에서의 독재 횡포, 얼굴을 가리지 않는 여성은 사형까지 당하는 일부 이슬람 나라들, 당연한 국민의 권리마저 누리지 못하는 베트남 쟈오족, 베트남전쟁의 후유증으로 어린이가 폭탄을 가지고 놀다 참변을 겪는 라오스 등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차별과 전쟁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늘의 참상뿐만 아니다. 원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키는 바람에 8,000여 명이나 희생된 1838년 미국의 ‘눈물의 길’, 1893년 뉴질랜드에서 세계 최초로 참정권이 인정되기까지 목숨 걸고 싸웠던 여권운동, 1987년 맨주먹 시위를 벌이다 1,000여 명이 살해된 팔레스타인의 인티파다 등 그간 우리가 눈여겨보지 못했던 역사를 들춰낸다. 모두 우리 눈을 번쩍 뜨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생각 확장을 유도하는 참여형 구성
알찬 정보와 풍성한 생각거리를 담은 책은 구성 방식이 조금 색다르다. 차별과 분쟁 현장의 어린이들과 지은이가 대화를 나누는 듯한 편지 형식 덕분에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어린이들이 천진하게 묻고, 지은이가 차분하게 답하면서 생각의 여지를 두는 ‘열린’ 서술이어서 읽는 이가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한다. 예를 들면 “이스라엘이 독일에 의해 핍박받은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에게 그렇게 하지 못할 거예요.” “우리가 돌을 던지는 이스라엘의 폭력에 대한 최소한의 저항인데 무장한 군대가 겨우 열 몇 살짜리를 끌고 가는 게 정상이냐?”는 피해 어린이들의 목소리다. “백인 이주민들과 아메리카 원주민들 중 누가 더 야만인일까”, “잘못에 대해서 확실하고 정확하게 응징해야 정의를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옳지 않은 일에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진정한 용기 아닐까”는 지은이의 속내다. 흘려넘길 수 없는 이 같은 질의 응답이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제공한다.
지식 대신 지혜를 주는 살아 있는 교과서
많은 부모가 눈부시게 변하는 세상에 자기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심한다. 여러 가지 답이 있을 수 있지만 조기 교육, 각종 사교육이 정답은 아니다. 자동번역기가 등장하고, 인공지능이 갈수록 기세를 올릴 미래에는 지식보다 지혜가 더 필요하다. 그래야만 모두가 더불어 웃으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이 가까워질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어느 참고서, 문제집보다 가치 있는 살아 있는 교과서라 할 만하다.
차별도 전쟁도 없는 세상은 꿈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멀고 험한 길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강조한다. 멈추지 않고 꺾이지 않는다면 “온갖 꽃들이 저마다 자신만의 빛깔과 모양을 간직한 채 어우러져 있는 꽃밭”처럼 아름다운 지구별이 가능하리라고. 우리 청소년들이, 이 책을 따라 조금 특별한 세계 여행을 떠나기를 권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