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부터 열까지 하나도 맞지 않는 우리
함께하는 시간은 우리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나를 괴롭혔던 친구와 가까워질 수 있을까? 싫어하는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어른들만 그런 게 아니다. 어린이에게도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만남, 바란 적 없던 우연을 참고 견뎌야 하는 때가 있다. 여름 방학을 앞둔 재민이는, 괴롭힐 때는 언제고 갑자기 친한 척하며 달리기를 알려 달라고 하는 태우 때문에 곤란하기만 하다. 게다가 재민이가 알지 못했던 인연이 밝혀지면서, 불편하기만 한 태우와 함께 여름 방학을 보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태우가 자신을 괴롭혔던 일뿐 아니라, 같이 지내는 동안 태우가 벌이는 말썽과 사건들은 재민이를 질리게 하기 충분하다. 그런데 마법처럼, 결코 친해질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태우와의 사이에 변화가 찾아온다.
여름 방학은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하는 일상은 누군가를 바꾸기에 충분한 힘을 가진다.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 의심해 본 적 없는 것을 다시 바라보는 기회를 가지면서 태우는 점차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 아무 때나 대뜸 신용카드를 내밀고, 고맙다는 말이나 미안하다는 말도 제대로 할 줄 모르고,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마구 먹던 태우는 호감을 사기 어려운 아이였다. 하지만 재민이와 함께 보내는 동안 태우는 돈 대신 마음을 나누는 법을, 말로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는 법을, 건강한 음식을 즐기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재민이 역시 자신을 괴롭혔던 태우를 용서하고 친구로 받아들이는 실마리를 잡게 된다.
어떻게 잘못을 용서받을 수 있을까? 용서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될까? 다르기 때문에 더욱 어렵기만 한 친구 관계에서 꼬여 버린 관계를 어떻게 되돌리고 더욱 단단하게 서로를 지지하는 친구 관계가 될 수 있을지, 그 비결이 여기 담겨 있다. 일상을 나누고, 진심을 나누고, 또 진심을 담아 사과를 전하는 태우와 재민이의 ‘우정 성장 합숙’ 과정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려워하고, 이분법적으로 관계를 정의하기 쉬운 어린이들에게 관계 맺기의 새로운 방법을 알려 줄 것이다.
베스트셀러 동화 작가 임지형이 전하는
모든 게 더 뜨겁고,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여름 이야기
유튜브로 세상을 이해하고, AI 챗봇으로부터 친구 관계에 조언을 얻는 어린이들에게 현실에서 직접 대면하는 만남과 갈등은 더욱이 이해할 수 없고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다. 낯선 일에 도전하거나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시도해 보는 것, 그를 통해 실패해 보는 것은 어렵고 힘들게만 느껴지고 자신에게 고통을 줄 뿐인 의미 없는 활동들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장은 실제 경험, 맞부딪치며 생기는 대립과 갈등, 그리고 실패로부터의 학습과 회복을 통해 더욱 극적으로 이루어진다.
전작에서 태우의 괴롭힘으로부터 달리기로 도망쳐 보았던 재민이는, 여름 방학을 태우와 함께 보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태우가 벌이는 말썽들에 함께 휘말리면서 재민이는 괴롭고 힘들어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보잘것없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삶에도 값지고 소중한 것들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렇듯 직접 부딪쳐 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경험들, 그 경험을 통해 느끼게 된 알 수 없는 감정들을 스스로의 힘으로 글로 정리해 보고자 하는 강렬한 충동을 느낀다. 잔잔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깨달음과 새로운 감각, 감정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동력이 되어 어린이가 자라나는 바탕이 되어 준다.
매일 달리기를 반복해 온 임지형 작가는 여름을 “모든 게 더 뜨겁고,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계절”이라고 말한다. 시리게 투명한 햇살은 나뭇잎을 싱그럽게 빛나게 하고, 익숙하던 길은 낯설게 보인다. 달리기는 타인과 경쟁하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넘어서는 도전이다. 달리기를 통해 경험한 이러한 선명한 감각과 감정, 깨달음을 담아 글로 엮어 내면서, 작가는 어린이들이 세상과 만나며 경험하는 낯섦과 두려움, 깊은 호기심과 이해의 기쁨 등을 다른 어떤 작품에서보다 생생하게 그려 내고 있다.
타인에게 기대기만 해서는, 익숙한 것에 완전히 잠겨 있어서는, 실재가 아닌 것과 상처 없이 교류하기만 해서는 성장할 수 없고 스스로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없다. 어린이들은 자기 삶의 주인이자 주체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과 어려움에 대하여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찾아나가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그리고 재민이에게 그랬듯, 세상을 직접 호흡하는 달리기, 스스로의 감정을 돌아보고 재구성하는 글쓰기는 어린이가 직접 세상을 만나 성장하는 방법이 되어 줄 것이다. 우리 마음속에 진한 흔적을 남길 성장의 과정을, 지금 두려움 없이 만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