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떠난 토스카나 여행』과 『아들, 예루살렘에 가자』를 통해 우리의 마음을 이탈리아, 그리고 이스라엘로 데려갔던 저자 김미화가 다시 한번 행낭을 꾸렸다. 그가 이번에 밟은 무대는 바로 그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의 수도이자 그리스도교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신앙의 도시, 로마이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결국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움직인다”라는 믿음을 가진 그가 이탈리아, 그것도 로마 근교의 ‘라티나’에 살게 된 지 벌써 20년이 지났다 한다. 강산이 두 번 바뀌고도 남을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는 이따금 “나는 왜 이탈리아, 그것도 로마 근교의 라티나라는 곳에서 살게 된 것일까?”를 생각하고는 했다. 일 년여의 시간 동안 로마 성지를 직접 누비며 적어 내린 『로마, 그리스도인으로 걷다』는 마침내 그가 찾아낸 해답이자, 그의 신앙에 대한 응답이다. 그의 모든 길이 ‘로마’로 통했던 이유는, 그곳에 그리스도교의 뿌리가 여전히 살아 자라고 있기 때문이요, 모진 박해에도 신앙을 지키며 성육신하신 예수를 따랐던 12사도와 기독교인들의 마음이 녹아 있기 때문이며, 비로소 그곳에서 예수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박해의 역사를 딛고 피어난 신앙의 땅, 로마
거룩한 도시에서 그리스도의 자취를 좇다
올해인 2025년은 25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가톨릭의 ‘희년’이다. 더욱이 지난 5월부터 교황 레오 14세가 새로이 즉위하게 돼, 지금 로마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순례자들이 모이고 있다. 이렇듯 지금의 로마는 그야말로 ‘그리스도교’의 성지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곳은 한때 다신교 중심의 사회를 이룬 이교의 땅이었고, 또 한때 잔인한 고문으로 기독교인들을 핍박했던 ‘배교’의 땅이었다. 특히나 황제들이 통치하던 기독교 박해 시기는 약 250년간 이어졌고, 이 사이 끝까지 신앙을 지키며 순교당한 기독교인이 자그마치 6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성지’ 로마 곳곳에는 여전히 결연한 믿음과 잔악한 억압이 교차하며 그들의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단순한 여행이 아닌 그리스도교인으로서의 성지순례 여행길에 오른 저자 김미화는 이러한 로마의 상징이 퇴색되지 않도록, 현재의 성지 모습과 그곳이 성지가 되기까지의 배경들을 균형 있게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인으로서 한 걸음씩 그가 로마의 성지로 내딛는 걸음은, 모두 그 자체로서 하나의 묵상이자 기도가 된다.
『로마, 그리스도인으로 걷다』의 저자 김미화는 그리스도교 중에서도 개신교 신자이다. 그가 서두에서 밝히고 있듯이 “현재 로마는 가톨릭 교회의 중심지”이고, 그렇기에 “16세기부터 시작된 개신교의 관점”에 입각해 “로마의 성지를 보고 이해하는 것에는 혼란스러운 부분”이 다소 존재한다. 이를테면 가톨릭에서는 기독교 역사의 증거로서 ‘성물’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개신교인들에게는 성물 자체가 아니라 성물이 가진 의미를 묵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저자는 어디를 걷든지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베드로의 물음에 ‘다시 십자가를 지기 위해 로마로 간다’라고 말씀하셨던 주님의 음성을, 그가 사라지면서 남기셨다는 발자국을 기억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눈에 비친 ‘콜로세움’은 단지 로마제국의 상징인 웅장한 건축물이 아닌 셀 수 없이 많은 전쟁 포로 유대인들이 강제 노역을 하며 흘린 피와 땀이, 그리고 지하에 갇혀 죽음만을 기다려야 했던 순교자들의 눈물이 어린 성지이며, 그가 걸어 내려간 카타콤베 지하 무덤은 그저 어둡고 습한, 두려움의 공간이 아니라 그 두려움과 열악한 환경마저 이겨내고 신앙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던 옛 그리스도인들이 ‘부활을 꿈꾸며’ 잠들어 있는 거룩한 안식처다. 그리하여 저자는 성스러운 도시, 로마의 땅 위로 인류의 죄를 대속代贖하기 위해 희생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그리고 그런 예수가 진정 하나님의 아들이자 메시아임을 고백하며 죽음 앞에서도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던 그리스도교인들을 묵상하는 걸음을 옮기며 한 글자씩 기록해 나갔다.
『로마, 그리스도인으로 걷다』는 전체 10장, 35절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의 성지 모습과 과거 그곳에 얽힌 이야기들을 치우침 없이 다루기 위해 다양한 시각 자료를 활용하고 한영 성경 및 기독교 문헌을 인용했다. 또한 실제 예수의 부름을 받아 박해자였던 과거를 씻고 ‘사도’로 거듭난 바울과 주님께 ‘천국의 열쇠’를 약속받아 ‘1대 교황’으로도 여겨지는 베드로 등 기독교 역사의 주요 인물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여정과 카타콤베, 게토, 로마의 초대 교회 등 성지 자체의 성격과 배경에 주목하여 기독교의 역사를 알아보는 기행을 고루 다루고 있어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절로 배우며 읽고, 순례하며 공부하는 유익한 시간을 체험하게 된다. 신의 아들로서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 핍박 속에서 죽은 후 부활해 보좌에 오르신 예수 그리스도처럼, 순교자의 피 흘림으로 대표되는 박해의 역사를 품은 채 오늘날 거룩한 성지로 굳건히 거듭난 로마. 『로마, 그리스도인으로 걷다』를 통해 그 찬란하고 숭고한 도시로 함께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