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100년 넘게 지난 지금, 1923년 간토대학살을 이야기해야 할까
가짜 뉴스로 끔찍하게 목숨을 잃은 이들의 넋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하는 말은 무엇일까
1923년 9월 1일 간토대지진이 일본을 덮쳤다. 그때 몇몇 일본인들이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 같은 가짜 뉴스를 퍼뜨리며 수많은 조선인을 끔찍하게 죽인 사건이 바로 간토대학살이다. 지진으로 불이 번지고 온 마을이 혼란에 빠진 사이, 일본 ‘자경단’은 일본에 와 일하던 조선인들을 골라 마구 죽였다. 게다가 당시 일본 정부는 성난 민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조선인에 대한 가짜 뉴스를 더 퍼뜨렸다. 책에는 이러한 간토대학살의 배경이 그대로 녹아 있다.
간토대지진 앞뒤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왜 조선인들이 죄 없이 끔찍하게 목숨을 잃었는지, 당시 일본으로 건너온 조선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와 같은 역사 속 이야기가 2025년의 일본 소년 히로시의 특별한 경험과 함께 펼쳐진다.
아라카와강에 걸린 6,661장의 종이 인형 넋전,
“나를 잊지 마세요, 끔찍한 죽음을 되풀이하지 마세요”
주인공 히로시는 복잡한 한일 관계에 별 관심 없는 아이였다. 어느 날 아라카와강에 걸린 수많은 종이 인형(넋전) 사이에서 헤매다 갑자기 1923년 어느 식당으로 떨어졌다! 며칠 뒤 대지진이 벌어지고 분노에 찬 일본인들이 조선인을 마구 죽이자 이를 막던 히로시도 자경단원의 죽창을 눈앞에 맞닥뜨린다.
독자들은 동화 속 히로시와 넋전 아저씨의 인연을 따라 간토대학살의 역사를 기억할 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경계해야 할 혐오와 다른 민족을 향한 분노를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사죄와 반성 그리고 역사를 바로 아는 일이야말로 가짜 뉴스와 혐오를 막는 밑바탕이라는 걸 강조하며, 100년도 넘은 간토대학살을 오늘날 다시 꺼낸 까닭이 많은 독자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자경단원의 혐오와 일본 정부의 가짜 뉴스를 기억하며,
오늘날 우리를 돌아볼 수 있기를
방정환문학상, 강원문학상 등을 받은 함영연 작가는 『일본군‘위안부’ 하늘 나비 할머니』 『함경북도 만세 소녀 동풍신』 『아홉 살 독립군, 뾰족산 금순이』와 같은 역사 동화에 이어, 이번에는 간토대학살이라는 우리의 역사를 주제로 글을 써, 이 시대를 사는 어린이들에게 가짜 뉴스와 혐오를 돌아보게 한다. 여기에 배중열 작가의 그림이 만나 1923년 간토대학살 현장과 2025년 오늘날의 어린이들이 연결되는 소중한 다리 역할을 하는 책이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