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어른, 머슴 같은 목자, 섬기는 스승
1978년 런던한인교회를 개척한 김북경 목사는 2000년도에 담임목사직을 은퇴한다. 영국 런던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했던 성도들은 예상보다 빠른 은퇴를 몹시 아쉬워했다. 김북경 목사와 신앙생활을 했던 이들은 이 책에서 2019년 세상을 떠난 김북경 목사를 기억하며 이렇게 기록한다.
“낯선 이방 땅에서 목사님 가정이 내민 손길을 통해 숱한 사람들이 주님을 만났다.”
“무슨 말을 해도 다 받아주시고 이해해 주실 것 같은 편하고 자상한 아버지 같은 분이었다.”
“성경적인 교회론을 가르쳐주시고 눈으로 보고 경험할 수 있게 해주신 목사님이다.”
“생명의 길을 가르쳐준 은인이며, 믿음의 본을 보여준 선생님이었다.”
런던한인교회는 영국 최초의 한인교회였기에 한인사회의 허브 역할을 했다. 그래서 영국에 온 수많은 신학생과 선교사들이 런던한인교회를 찾아왔고, 이곳에서 사역했고, 김북경 목사의 집에서 머물렀다. 영국에서 동역했던 수많은 목회자들은 이 책에서 이렇게 김북경 목사를 회고한다.
“내게 목사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인품과 삶으로 보여주셨다.”
“검소하고 청렴하며 연약한 지체들을 아낄 줄 아는 자애로운 분이셨다.”
“행동과 실천으로 참된 기독교를 가르쳐 주신 귀한 스승이다.”
“나의 목회는 목사님을 따라 하는 일이었다.”
“순수했고 단순했다. 겉과 속이 같았다. 앞과 뒤가 같았다. 자기 이익을 도모하지 않았다.”
이 책은 1970년대 김북경 목사를 만났던 이들로부터 2019년 주님의 품에 안기기 전까지 수십 년에 걸쳐 김북경 목사와 신앙생활을 했던 50여 명이 자신이 만난 목사 김북경을 회고하는 회고집이다. 그런데 시간과 공간이 전혀 다른 만남이었음에도 김북경 목사에 대한 기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눈높이를 맞추어 귀 기울여 들어주는 친구 같은 어른이었고, 가장 낮고 천한 일에 앞장섰던 머슴 같은 목자였고, 자신이 이루어놓은 모든 것을 아낌없이 모두 내어주는 섬기는 스승이었다.
이 책은 진짜 어른, 진짜 스승, 진짜 목사를 찾기 힘든 우리 시대에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예수의 삶을 살아갔던 작은 예수가 우리 곁에 있었다는 것을 증언한다.
지치고 곤한 영혼의 피난처
독립운동가였던 아버지는 중국 북경에서 첫째 아들을 낳고 ‘김북경’이라 이름을 지었다. 둘째 아들은 중국 장춘에서 태어나 ‘김장춘’이라 했고, 셋째 아들은 대한민국 온양에서 태어나 ‘김온양’이라 했다. 김북경 목사는 아버지를 따라 북경에서 남한으로 넘어와 미군 부대를 전전하다 한국전쟁 때 부산까지 피난해야 했다. 기독교 신앙에 회의감을 품은 채 미국과 캐나다로 떠났고, 천주교 신부가 되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났다. 진리를 찾기 위해 떠난 유학길에서 우연히 스위스의 라브리(L"Abri)를 소개받고 계획된 유학 일정을 멈추고 라브리를 찾아갔다. 이곳에서 프란시스 쉐퍼 박사를 만난 뒤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난다.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피난하러 다녀야 했던 삶이었지만 라브리(라브리는 불어로 ‘피난처’라는 의미)에서 진정한 피난처인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게 된 것이다.
라브리 이후의 삶은 자신도 누군가에게 영혼의 피난처가 되어 주는 삶이었다. 영국인 아내 신씨아를 만나 결혼하고 자신의 집을 ‘세겜 오크’라 부르며 만인의 여관처럼 오픈하고 누구나 언제나 와서 머무는 작은 피난처(라브리)로 삼았다. 런던한인교회도 한국에서 주재원이나 유학생들이 찾아와 잠시 머물다 떠나갔지만 이들에게 영혼의 피난처가 되어 주었다.
이 책에는 이방땅과 같은 이 세상에서 지치고 곤한 영혼들이 김북경 목사를 만나 예수 그리스도를 새롭게 만나 영혼이 회복되는 놀라운 고백이 실려있다. 김북경 목사 부부의 삶과 신앙의 모습을 기억하는 한 제자는 이 책에서 목사 김북경을 이렇게 말한다.
“저는 사람들이 왜 그를 참 목자로, 영적 아비로, 친구로 존경하는지 압니다. 그분은 예수쟁이가 아니라 예수의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성인경 목사, 한국라브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