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공간, 그리고 다시 사유를 시작하며
저자의 시간은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가까운 여정이었다. 문화공간 17717의 문을 열고, 지역 주민과 함께 책을 만들며, 어린이부터 예술가까지 다양한 존재들의 목소리를 공간에 담아온 과정은 단순한 문화기획자의 이력이 아니라 하나의 ‘기획적 삶’이었다.
그는 언제나 질문하는 기획자였다. “이 일은 누구와 함께할 수 있을까?”, “이 장소에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을까?”, “어떻게 사회와 소통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은 전시의 벽면을 넘어, 수업의 현장과 마을 회의까지 장소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확장되어 갔다.
사람에서 출발한 기획은 장소에서 실현되었고, 다시 기록으로 이어졌다. 디자인과 문화기획, 편집과 전시, 장소와 관계 - 겹겹이 쌓인 모든 실천은 하나의 서사로 엮였고, 그 시간들이 지금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다.
이 실천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성북동이라는 장소를 매개로, 과거의 문화유산을 젊은 감각으로 번역하며 새로운 기획의 방식과 언어를 실험해온 그는 지금도 조용히 다음 장을 펼쳐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