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이라는 종교적 사상의 심층 구조와 문화적 상상력을 다각도로 해석한 연구서다. 저자는 20년 이상 동학을 사유해 온 학자로, 첫 저서 『동학 문학과 예술 그리고 철학』(2004)을 시작으로 『그림으로 읽는 수운 최제우 이야기』(2014), 『수운 최제우와 함께하는 중국 탐방기』(2024) 등 동학 관련 연구서를 꾸준히 집필해 왔다. 본서는 그 작업의 집대성에 해당한다.
동학은 종교이자 철학이며, 동시에 문학이고 역사다. 이 책은 그 복합적 성격을 꿰뚫어 보고, 동학이 품은 사상적 위상과 신화적 상상력의 계보를 천착한 책이다. 한국 정신사의 깊이를 새롭게 발굴하고자 하는 독자, 동학을 사유의 토대로 삼고자 하는 연구자에게 깊은 영감을 제공할 것이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제1부 동학 소설 연구”는 한승원의 『동학제』, 유현종의 『들불』, 박태원의 『갑오농민전쟁』을 분석하며 문학 속 동학 정신의 구현 양상을 살핀다. 특히 동학혁명을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닌, 민중의 삶과 내면, 영혼의 진동을 드러내는 서사로 접근하며 각 소설에 내재된 ‘개벽’과 ‘인내천’ 사상을 추적한다. 「1장 한승원의 『동학제』 연구」는 한승원의 장편 『동학제』를 분석하여, 동학사상이 민중의 삶 속에서 신화적이고 실천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조명한다. 또 개벽, 시천주 사상이 문학 속에서 어떻게 생명력 있게 표현되는지 탐색한다. 「2장 유현종의 『들불』 연구」는 유현종의 『들불』에 담긴 동학 정신을 검토한다. 인물과 사건의 전개를 통해 민중의 집단 기억, 내면의 신념, 동학의 윤리적 세계관이 어떻게 서사화되었는지를 살핀다. 「3장 박태원의 『갑오농민전쟁』 연구」는 박태원의 장편소설 『갑오농민전쟁』을 중심으로, 동학이 제시한 인간 이해와 민중의 윤리 의식을 분석한다. 시천주, 인내천 등의 핵심 개념이 문학적으로 구현된 방식에 주목한다.
“제2부 동학 경전의 신화와 수사학”은 동학 경전에 내재한 신화적 구조와 수사학을 해명하는 장이다. 수운과 해월, 의암의 경전 언어를 동양 신화, 성현 서사와 비교하며, 요순 신화, 삼황오제 신화, 시천주 주문과 같은 개념들이 어떻게 새로운 우주관과 인간관을 형성해 가는지를 조명한다.
「4장 동양의 신화와 동학 경전의 비교-요순 신화를 중심으로」는 『동경대전』, 『용담유사』, 『해월신사법설』, 『의암성사법설』에서 비유된 요순 관련 수사법을 중심으로 논구한다. 「5장 목소리와 바위, 새와 저울의 현상학-서구 신화와 동학 신화의 비교」는 천상의 소리를 듣는 모세 신화와 수운이 듣는 천어, 노아의 신화와 해월의 ‘저 새소리도 한울님 소리’ 이야기 등을 비교함으로써 그 특질을 구명한다. 「6장 동양 신화의 경전 수사학-동학 경전에 나타난 삼황오제 신화를 중심으로」는 동학 경전에서 중국의 신화적 인물인 삼황오제를 인용하고 비유로 삼는 내용을 통해 후천개벽의 성인 사회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수사법을 살핀다.
“제3부 동학 경전의 중국 인물 연구”는 『동경대전』, 『용담유사』, 『해월신사법설』, 『의암성사법설』에 등장하는 중국 인물 40여 명을 분석한 논문들을 모아 구성했다. 이 인물들은 단순한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동학의 사상적 자양분이자 교훈적 상징으로 활용되며, 유교적 지혜·도교적 통찰·불교적 깨달음이 통합되는 동학 사상의 실천적 모델로 재구성된다.
「7장 『동경대전』에 나타난 중국 인물」은 중국 신화 속의 인물들인 천황씨 등 삼황과 오제, 전설의 인물인 항아, 정치사상적 인물들인 공자, 자공, 강태공, 제갈량, 주렴계, 문화적 인물인 도연명, 소동파, 이태백, 왕희지 등의 등장과 함의를 살핀다. 「8장 『용담유사』에 나타난 중국 인물」은 『용담유사』에 등장하는 중국 인물-삼황오제, 요순, 기자, 공맹, 칠십이인 제자, 진시황과 한무제, 걸, 도척, 환퇴, 전자방과 단간목, 두목와 사광, 편작 등이 동학 경전에서 전유되는 방식을 분석한다. 「9장 『해월신사법설』에 나타난 중국 인물」은 『해월신사법설』에서 각각의 성인이나 역사적 인물들을 유형별로 분석하면서 그것이 동학 경전에서 갖는 의미를 분석한다. 「10장 『의암성사법설』에 나타난 중국 인물」은 『의암성사법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을 분석하고, 국권 상실기를 주로 살아간 의암성사에게서 보이는 인용 인물의 특성을 분석한다.
이 책은 동학을 단지 종교적 교리나 역사적 운동으로만 보는 관점을 넘어서, 문학·신화·윤리·철학·역사인식이 교차하는 복합적 사유 체계로서의 동학을 통합적으로 조망한다. 문학적 서사, 신화적 구조, 인물 상징을 아우르는 이 연구는 동학의 정신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론적 기틀을 제공하며, 특히 현대 사회에서 동학을 새로운 사유와 실천의 자원으로 삼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동학의 현대적 해석과 융합적 연구를 위한 귀중한 학술적 토대를 마련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