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하나로 쉽게 인연을 맺고 손가락 하나로 쉽게 인연을 끊는 SNS의 세상.
이 작품은 인연이 한없이 가볍게 느껴지는 현대사회 속에서 인연의 소중함과 그 무게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결코 무겁거나 어렵지 않게, 〈고양이 소개소〉라는 불가사의한 장소를 중심으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놓고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사람은 물론이고, 작은 반려동물과의 인연도 사실은 시공을 초월하여 한 땀 한 땀 인연의 붉은 실을 꿰어내듯 기적처럼 연결된 소중한 것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데 그 이야기들의 중심에는 언제나 〈고양이 소개소〉가 있다.
〈고양이 소개소〉는 고양이들의 의뢰를 받아 그들에게 알맞은 집사나 환경을 연결해주는 존재로, 고양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있지만 반대로 인간의 눈에는 쉽게 띄지 않는 곳이기에 인간의 관점에선 어디에도 없는 신비로운 장소다.
이 책에 수록된 12가지 단편들은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 인물 관계로 구성되어 있지만 모두 고양이 소개소를 통해 연결된 인연의 소중함을 조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중에는 이야기의 흐름이 이어지거나 서로 유기적인 연결 관계를 갖고 있는 단편들도 있어 12개의 각기 다른 단편이 〈고양이 소개소〉라는 커다란 구심점 아래 하나의 장편처럼 이어지는 통일감을 주고 있다.
수록된 이야기들은 고양이와 인간과의 사랑, 세상에 스친 인연의 무게, 그리고 생명의 존엄을 주제로 담고 있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흐르지 않고 죽음처럼 피할 수 없는 존재나 거스르기 어려운 운명의 회오리에 맞서는 존재들의 모습을 비교적 현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이야기의 근본에 깔린 주제의 따스한 온기는 계속 유지하고 있어서, 읽는 이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과 위로를 훈풍처럼 전해준다.
반려동물 100만 시대를 돌파한지 오래고 인터넷을 열면 어디서든 예쁜 고양이 사진이나 동영상 몇 가지쯤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지만 여전히 버려지는 이들이 많은 인연의 상실 시대. 임두건의 소설 『고양이 소개소』는 그 작은 존재와의 인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면서 우리의 반려자로 살아가는 그들의 존재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며 한 번 다 읽고 난 후에 한 번 더 읽고 싶어지는, 몇 번을 더 읽어도 여전히 재미있고 여전히 눈물 나는 멋진 작품이다.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사람들이나 기른 적이 있는 사람들은 물론, 아직 고양이와 인연을 맺을 기회를 잡지 못했던 사람들에게까지 적극 추천 드리고 싶은 책이다.
나아가 이 책이 독자들에게 제목 그대로 “고양이 소개소”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