疏箚 - 퇴계 이황의 현실 참여와 정치철학을 담은 공식 문서들
《퇴계전서》 소차(疏箚)에는 교서(敎書), 소장(疏), 차자(箚子), 경연강의(經筵講義), 의(議), 사장(辭狀), 계사(啓辭), 서계(書契), 책문(策問) 등 이황이 국가와 왕실을 대상으로 작성한 다양한 공식 문서가 폭넓게 수록되어 있다. 특히 왕에게 올린 상소문 「무진육조소」는 성군의 길을 제시하는 6가지 조목으로 구성되어 『성학십도』와 함께 퇴계 정치철학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조선시대 성리학자의 현실 참여, 도학적 군주론, 공사(公私) 구분 등의 철학이 잘 반영된 자료로, 단순한 문집을 넘어 퇴계 사상의 실천적 측면을 생생히 보여준다. 1550~1570년대에 집중된 문서들에는 퇴계의 끊임없는 사직 요청과 국가에 대한 깊은 조언이 담겨 있으며, 백성ㆍ국방ㆍ인재 등 국가 운영 전반에 관한 통찰도 전해진다. ‘허명’을 벗고자 했던 퇴계의 일관된 태도는 오늘날 공직윤리와 책임정신을 되새기게 하는 중요한 유산이다.
書 - 퇴계 이황의 인간적 면모와 깊은 철학을 담은 편지들
《퇴계전서》 서간문은 퇴계 이황이 생전에 주고받은 편지들을 연대순으로 정리하고, 기존 목판본에서 누락된 자료를 복원해 원문에 충실하게 재구성한 것이다. 편지들은 스승과 선배에게 보낸 ‘시현(侍賢)’, 친구나 동료와 주고받은 ‘지구(知舊)’, 제자나 후학들과의 ‘문인(門人)’, 가족 간의 ‘가서(家書)’로 구분되며, 퇴계의 학문뿐 아니라 조선시대 사회ㆍ정치ㆍ일상문화를 담은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는다. 특히 고봉 기대승과 벌인 ‘사단칠정논변’은 조선 성리학의 핵심 쟁점으로, 퇴계 철학의 깊이와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아들, 손자, 제자들과 주고받은 편지에는 검소한 삶의 자세와 병환 및 가족에 대한 걱정, 백성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담겨 있어, 인간 이황의 진솔한 면모와 함께 조선 중기의 생활상과 사회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