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을 때 오히려 더 선명히 보인다.”
시각을 넘어선 창조의 언어,
마티스의 사유를 따라 쓰며
내면의 예술가를 깨우는 교양 필사서
필사책이 우후죽순 쏟아지는 지금,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힐링, 아름다운 문장 베껴 쓰기, 마음 다스리기를 넘어서는 필사의 본질적 가치는 무엇일까? 『창조와 영감의 필사 노트: 나도 마티스처럼』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제시한다. 바로 창조적 사유의 체화다.
이 책은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프랑스 화가이자 조각가 앙리 마티스가 평생에 걸쳐 남긴 예술적 통찰 중 77개의 핵심 어록을 엄선해 그의 원작 드로잉과 함께 독자가 필사할 수 있도록 구성한 교양서다. 마티스의 창작 철학이 담긴 문장들을 한 글자 한 글자 따라 쓰며 그의 예술적 사유에 동참하는 과정에서, 독자는 디지털 시대에 잃어버린 몰입과 사유의 시간을 회복하게 된다. 한 예술가의 생각을 따라가는 이 여정은 독자 안에 잠든 예술적 감각을 조용히 깨워줄 것이다.
왜 마티스인가?
창조의 본질을 다시 묻는 필사의 시간
마티스를 단순히 ‘색의 화가’로 기억하는 것은 그의 진정한 혁신을 간과하는 일이다. 그는 20세기 초반부터 현재 미술계가 직면한 ‘시각중심주의’의 한계를 예견하고, 이를 뛰어넘는 창작 방법론을 제시했다. 외적 관찰에 의존하지 않고 내면의 감각과 기억, 직관을 창작의 원동력으로 삼는 접근법은 정보 과잉과 시각적 자극에 둘러싸인 현대인들에게 더욱 절실한 예술적 통찰이다.
마티스는 노년에 중병으로 붓을 들 수 없게 되자 ‘컷아웃’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예술 형식을 창안했다. 제약이 오히려 창조의 지평을 넓힐 수 있음을 보여준 이 상징적 사건은, 그가 평생 추구한 “단순함이야말로 예술가가 자신의 본질을 드러내는 가장 진실한 길”(114쪽)이라는 철학과 맞닿아 있다.
이 책이 마티스의 드로잉과 함께 구성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티스에게 드로잉은 밑그림이 아닌 모든 예술 창작의 근원이었다. 반복과 몰입을 통해 창조에 도달하려 했던 그의 작업 방식은, 빠름에 익숙한 우리에게 느림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문학가나 철학자가 아닌 예술가의 언어를 필사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예술가의 사유는 개념적 논리보다는 감각적 직관에서 출발하고, 추상적 이론보다는 구체적 경험에 뿌리를 둔다. 마티스의 창작 철학 역시 필사라는 행위와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다. 의식적인 계산을 내려놓고 손의 움직임에 몰입하는 순간, 우리는 마티스가 추구한 창조적 무의식의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삶으로 예술을 실천한 마티스,
그의 말을 필사하며 만나는 77가지 통찰
창작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선별한 77개의 핵심 어록에는 마티스의 예술적 사유와 창작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이 어록들은 ‘예술가의 소명과 창조적 시선’, ‘창작의 철학과 방법론’, ‘형태와 색채의 언어’, ‘영성과 초월적 표현’, ‘자연과의 관계 및 예술의 본질’이라는 주제에 따라 5개의 장에 나누어 실었다.
‘예술가의 소명과 창조적 시선’에는 마티스가 한평생 품고 살았던 예술에 대한 간절함과 소명 의식이 오롯이 담겨 있다. 마티스가 붓을 든 순간부터 느꼈던 운명적 끌림과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펼쳐 보인다. ‘창작의 철학과 방법론’에는 마티스만의 독창적인 창작 철학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머리로 계산하지 않고 마음으로 그려내는 직관의 힘, 의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창작의 신비로운 경지를 엿볼 수 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눈을 감고 그저 손을 맡겨야 한다.”(62쪽) ‘형태와 색채의 언어’에는 마티스 예술혼의 정수인 색채에 대한 깊은 사유와 미적 통찰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색과 선이 서로 다투지 않고 어우러지는 조화의 미학, 복잡함을 덜어내고 본질만 남기는 단순함의 철학이 빛난다. “색은 선을 지배하지 않는다. 선과 어우러질 뿐이다.”(98쪽) ‘영성과 초월적 표현’에는 창작 행위를 통해 신성에 다가가려 했던 마티스의 경건한 마음이 녹아 있다. 예술과 종교, 창조와 신앙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붓질 하나하나에 기도의 마음을 담았던 그의 영적 여정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자연과의 관계 및 예술의 본질’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예술가의 맑은 눈과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혜안이 담겨 있다. 자연과 교감하며 그 속에서 영감을 길어 올리는 과정,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고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구도자의 마음가짐이 돋보인다.
책의 후반부에는 넉넉한 여백의 노트 공간을 부록으로 마련했다. 독자 스스로 창조적 사유를 기록할 수 있도록 구성된 이 공간은, 마티스의 어록에서 받은 영감, 일상에서 발견한 미학적 순간, 개인적 성찰 등을 자유롭게 써 내려가며 나만의 창조적 필사책을 완성할 수 있다.
손끝으로 따라 쓰는 마티스의 말,
마음으로 새기는 창조의 정신
이 책은 마티스의 예술적 사유와 창작 방식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독자가 직접 그의 말을 손으로 따라 쓰고 마음에 새기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매일 아침, 나는 기도한다. 붓을 들고 만개한 석류나무 앞에 서서, 다채롭게 피어나는 꽃들의 변화를 바라본다. 창조주의 손길을 경건한 마음으로 우러러보는 것이다.”(120쪽) 마티스의 이 고백처럼, 필사라는 행위를 통해 진정한 창조적 사유를 체험해 보고 ‘삶’과 ‘예술’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의 독자
마티스의 예술과 철학이 궁금한 독자, 예술을 통해 마음의 정화와 정서적 힐링을 얻고자 하는 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