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수식 대신 아름다운 그림으로
수학의 매력을 만끽한다!
이 책은 미술사에서 수학이 어떻게 회화의 구도를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는지를 신화와 역사를 곁들여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한다. 아울러 수학의 역사가 새겨진 중요한 사료로서의 가치를 지닌 미술작품들을 발굴해 그 속에 감춰진 뒷이야기까지 낱낱이 파헤친다.
무엇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중·고등학교 수학시간에 배웠던 어려운 수학 원리와 공식들을 미술작품들을 통해 쉽고 재밌게 풀어낸다는 점이다. 저자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에서부터 공리(公理)와 방정식, 등식과 비례, 거듭제곱, 함수, 연속과 불연속 등 다양한 수학 원리를 복잡한 수식 없이 수학과 전혀 무관할 것 같은 명화들과 엮어 설명한다.
이를테면 폴 세잔의 정물화 〈사과와 오렌지〉를 소개하면서, 사과를 비롯한 거의 모든 과일은 왜 둥근 모양인지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디도의 문제’를 수학의 ‘등주문제’와 연결해 설명한다.
조르주 쇠라의 〈그랑자트 섬에서의 일요일〉에서는, 화가들이 회화를 이루는 기초 단위가 ‘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되짚어보면서, 회화의 ‘점묘법’과 비디오아트의 ‘화소(픽셀)’의 관계를 통해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이진법에서 비롯했는지 살핀다.
브뢰헬의 걸작 〈바벨탑〉을 감상하면서 바벨탑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탑의 밑각이 72도인 황금삼각형 모양 때문이라는 접근도 신선하다. 바벨탑을 세울 때 ‘알갱이 역학’ 중 ‘멈춤각의 원리’를 알고 있었다면 바벨탑이 무너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밖에도 고대 로마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미궁도 모자이크에서 미로의 원리에 감춰진 위상수학을 설명하고, 윌리엄 블레이크가 그린 뉴턴의 초상화 및 종교화에 등장하는 컴퍼스를 통해 신이 수학으로 세상을 창조했다는 동서양의 창조신화와 성경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수학자는 화가”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화가들은 오랜 세월 수학자들이 밝혀낸 수학 원리를 점과 선, 면과 색, 원근과 대칭 등 미술의 언어로 응용해 예술을 진화시키고 미(美)를 완성해왔던 것이다.
“산술과 기하를 모르면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없다”
- 팜필루스 -
미술과 수학의 밀월(蜜月)은 역사적으로 꽤 오래 전부터 이어져왔다. 르네상스시대 미술이론가이자 수학자였던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는, 1435년에 발표한 책 〈회화론〉에서 고대 마케도니아 화가 팜필루스의 말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썼다.
“화가는 모든 분야에 조예가 깊어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기하학에 정통해야 한다. 나는 고대의 뛰어난 화가 팜필루스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데, 그는 산술과 기하를 모르면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수많은 화가들은 알베르티의 견해에 공감했다. 화가들은 오랜 세월 수학자들이 밝혀낸 수학 원리를 점과 선, 면과 색, 원근과 대칭 등 미술의 언어로 응용해 그들의 작품에 투영시켰다. 감성의 꽃이라 불리는 미술이 차가운 이성과 논리적 사고로 무장한 수학을 만나 진화를 거듭해온 것이다.
“평행선은 서로 만나지 않는다는 유클리드 기하학은 옳지 않을 수도 있다”
- 르네 마그리트 -
미술에 수학이 투영된 가장 커다란 사건은 원근법의 발견이었다. 이탈리아 화가 마사초가 그린 〈성삼위일체〉는 르네상스 회화 중에서 원근법을 가장 먼저 선보인 작품이다. 그 당시 멀리 떨어질수록 작게 보인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지만, 이것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미술작품에 적용하는 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평면인 도판에다 멀고 가까운 효과를 내어 입체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회화의 2차원성을 뛰어넘어 3차원의 세계로 이끄는 혁신적인 기법이었다.
15세기 화가이자 수학자이기도 했던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는 원근법을 통해 ‘소실점(消失點)’의 존재를 밝혔다. 소실점에서 ‘소실’은 사라져 없어진다는 뜻이다. 평행인 두 직선을 원근법에서는 평행하지 않게 그릴 때 두 직선이 멀리 한 점에서 만나 원근감을 갖게 되는데, 이 때 두 직선이 만나는 점이 바로 소실점이다.
초현실주의 현대화가 마그리트는 〈유클리드의 산책〉이란 회화작품을 통해 “평행선은 아무리 연장해도 절대 만날 수 없는 직선”이라는 고대 그리스 수학자 유클리드의 정의를 반박했는데, 그 이면에도 원근법을 이용한 착시 원리가 담겨 있다.
이처럼 수학의 소산인 원근법은 르네상스시대를 거치며 회화의 기본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근대를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미술의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나는 수(數)를 가지고 남자와 여자를 그렸다”
- 알브레히트 뒤러 -
원근법 못지않게 미술사를 뒤흔든 수학 원리는 ‘황금비’다. 원근법이 미술의 진화를 가능하게 했다면, 황금비는 미술을 예술적으로 완성했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평생을 받쳐 추구해온 것은 가장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기 위한 최적의 비율이었는데, 그 비율은 수학자들이 제시해온 황금비와 거의 일치했다.
독일 르네상스의 거장 뒤러는, “나는 수(數)를 가지고 남자와 여자를 그렸다”고 말했을 정도로 인체의 완벽한 미를 완성하는 황금비 값을 구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황금비는 뒤러 뿐 아니라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 미켈란젤로와 몬드리안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뛰어넘는 거장들을 통해 증명되어 왔다. 가령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걸작 〈모나리자〉의 자태와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면 놀랄 만큼 황금비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브뢰헬이 그린 〈바벨탑〉의 밑각은 황금삼각형과 일치한다. 점과 선, 면에 천착해 사물의 본질을 그렸던 현대화가 몬드리안의 작품에 사람들이 시선을 멈출 수밖에 없는 이유는 황금직사각형의 비율 때문이다.
수학계와 교육계 일선 전문가들의 추천 및
언론과 독자들의 격찬 속에 개정증보판 발행
〈미술관에 간 수학자〉는 2018년 첫 출간된 이후 수학계와 교육계 일선에 있는 연구자와 교육자 및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엄청난 추천과 지지를 받아왔다. 덕분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며 오랫동안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에 힘입어 개정증보판을 출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개정증보판에서는 마그리트의 걸작 〈이미지의 배반〉을 통해 버트런드 러셀의 역설(패러독스)을 집합론의 관점에서 조명했다. 또 〈햄릿〉의 클라이맥스를 화폭에 옮긴 다니엘 맥라이즈의 회화에서 ‘죄수의 딜레마’를 소환했다. 수학계 최대 난제 중 하나인 리만가설 중에 소수의 불규칙성을 〈에라토스테네스의 체〉(루네 밀즈 작〉, 〈분해할 수 없음〉(리처드 코스텔라네츠 작) 등 현대미술들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설명했다. 이밖에도 런던 내셔널 갤러리의 〈호퍼가 여인의 초상〉에 붙은 파리 한 마리가 데카르트 좌표계에서 ‘원의 방정식’을 통해 해석기하학의 초석이 된 사연 그리고 수직선상의 좌표 값이 정밀한 지도 제작에서 GPS의 진화로까지 이어진 배경 등 다양한 주제들을 알차게 증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