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선택한 사람들의 공간과 시간을 기록하다
빠르게 사는 대신 깊게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모로코 하이아틀라스산맥 흙집부터 알프스 숲속 오두막, 경기도 양평의 콘크리트 집까지 『마운틴 하우스』는 5대륙 12개국에 흩어진 21채의 산속 집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아름다운 집을 보여주는 건축 화보가 아니다. 산이라는 고립된 장소에서 산과 함께 살아가는 법에 대한 서사이며 사람들의 삶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한 기록이다.
산은 오랫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 고요하고 성스러운 장소였다. 그러나 『마운틴 하우스』의 집주인들은 그 고요함 속으로 도피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가족과 더 가까이 있기 위해, 누군가는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창작하며 살기 위해,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처음부터 다시 짓기 위해 산을 선택했다.
이 책은 그들의 이야기와 공간, 그 사이에 놓인 자연 풍경을 하나둘 펼쳐 보인다. 마당에 쌓인 눈, 천장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 굽이진 산길 너머로 다다른 집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집주인 각자의 응답이다.
■자연과 함께 짓는 집
『마운틴 하우스』 속 집들은 완성된 건축물이나 디자인적으로 뛰어난 걸작이 아니다. 오히려 완성되지 않았고 거칠기까지 하다. 어떤 집은 집주인이 돌과 나무를 주워 직접 지었고, 어떤 집은 수십 년간 방치된 허름한 오두막을 개조해 만들었다. 뻥 뚫린 천장과 갈라진 마루는 불편해 보이지만, 이 집들에는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고 함께 살아가려는 태도가 배어 있다.
산속에서 중요한 건 도면이나 자재가 아니다. 집주인들은 햇빛이 드는 방향을 고려해 창을 새로 내고, 겨울철 적설량에 맞춰 부엌 위치를 바꾼다. 매일 달라지는 자연의 흐름을 읽으며 살아가는 방식이다. 도시와 얼마나 떨어진 곳인지, 얼마나 높은 곳인지, 계절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에 담겨 있다. 『마운틴 하우스』는 건축을 완성품이 아니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산속 집 이야기
『마운틴 하우스』는 집의 외형과 인테리어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책에서 정말 중요한 건 ‘집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각 장은 하나의 집을 소개하며, 설계와 시공 그리고 시행착오의 과정까지 집을 짓거나 고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집이란 시간을 들여 쌓은 질문과 응답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20×28센티미터 대형 판형에 담긴 185장의 사진은 집 구석구석과 그 안에 머무는 사람들의 시간을 생생하게 포착한다. 함께 담은 인터뷰와 에세이는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그들의 삶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들은 왜 산속 집을 지었을까? 어떤 기대를 안고 산으로 옮겨왔을까?
『마운틴 하우스』의 주인공은 완성보다 과정에 가치를 두고 소유가 아닌 존재를 택하는 이들이다. 이 책은 그들이 미완의 집에서 완전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엿본다.
■불편함과 함께 사는 법
산속 삶은 낭만적일까? 때로는 그렇지만, 이 책은 낭만적인 겉모습에 가려진 현실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비가 쏟아지는 복도를 지나고, 겨울에는 장작불로 방을 덥힌다. 어떤 집은 물을 쓰려면 15분 거리에 있는 우물까지 오가야 한다. 사막을 지나거나 네 시간을 걸어 올라야 닿는 집도 있다. 불편함이 일상이 되고, 새로운 생활 방식을 몸에 익혀야 한다. 그러나 『마운틴 하우스』의 집주인들은 불편함을 고통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편함이 삶을 새롭게 만들고 자립적인 태도를 키워준다고 말한다. 『마운틴 하우스』는 이런 선택이 어떤 의미와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지 보여준다.
■자연의 시간에 순응하는 사람들
현대인은 늘 전 세계와 연결된 상태로 살아간다. 스마트폰은 언제나 켜져 있고, 이메일과 메시지는 쉴 틈 없이 도착한다. 정보가 넘쳐나고 반응속도를 능력으로 여기는 시대다. 편리하지만 기진맥진하게 하는 연결 속에서 『마운틴 하우스』의 집주인들은 완전히 다른 삶을 선택했다. 이 책에서 디지털 디톡스는 단순히 기기를 끄는 것이 아니라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렬하고, 시간 쓰는 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이 책의 집주인들은 해가 뜨는 시간에 맞춰 하루를 시작하고, 식물의 성장 속도에 맞춰 작업 일정을 짠다. 자연의 시간에 맞춰진 삶을 통해 인간 중심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배워간다. 침묵 있는 공간, 여백 있는 삶, 길고 긴 하루하루가 회복의 기회가 된다. 『마운틴 하우스』는 고립이 아닌 회복을 위한 선택, 자신만의 공간을 찾기 위한 조용한 실험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