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 공부 모임을 이끌면서 구도자를 위한 안내서를 활발히 저술하고 있는 지은이의 신작 《명상, 침묵의 향기》가 도서출판 침묵의 향기에서 출간되었다. 동서고금의 많은 영적 전통과 가르침을 두루 섭렵하고 수행하여 그 정수를 깨친 지은이가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깊은 진실을 깨달아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살도록 51편의 글로 안내한다.
참된 명상은 새로운 상태를 얻는 것이 아니라
이미 늘 고요한 자리, 이미 늘 온전한 자기를 기억해 내는 것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명상이 있다. 명상을 하면 한동안 마음이 편안해지고, 스트레스와 긴장, 우울한 기분이 감소하고, 집중력이 좋아지며, 감정을 더 잘 조절하게 되는 등 이로운 효과를 많이 볼 수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인에게는 명상이 심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명상은 일시적인 효과를 얻는 데 그치는 명상이 아니다. 현재의 ‘나’를 조금 더 나은 ‘나’로 개선해 가는 명상이 아니라, 이미 늘 고요하고 평화로운 자리를 기억해 내고, 이미 늘 자유롭고 온전한 참된 자기를 발견하는 명상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명상은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고요해지기 위해 억지로 애쓰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고요한 그 자리를 기억해 내는 일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명상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일이다. …… 말없이, 조용히, 지금 여기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저 존재하는 것, 숨 쉬는 것, 바라보는 것이다. 그 단순함 속에 깃든 거대한 평화와 만나는 것이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스무 가지 명상을 통해 독자를 이 고요한 자리로 안내한다.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명상, 노력을 통해 무언가를 이루려 하지 않는 명상, 그러면서 상상하지도 못한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하도록 돕는 이 명상의 한 조각은 이렇게 이어진다.
“그저, 알아차리는 상태로 조용히 머무르세요. 당신은 이미 여기에 있습니다. 어떤 노력도 필요 없습니다. 아무것도 붙잡을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은 알아차림입니다. 그것은 항상 있었고, 지금도 여기에 있으며, 사라지지 않습니다. …… 이 평온하고도 깨어 있는 자리, 그것이 바로 당신의 본래 모습입니다.” (17-18쪽)
이 책에는 후회, 불안, 두려움, 외로움, 무기력, 과거의 상처 등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을 때, 또는 지치고 힘들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그 모든 감정을 허용하며 생각과 감정 너머의 늘 평화로운 자리로 돌아오는 명상들도 실려 있다.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한 참된 나 자신!
세상에서 수월하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새로운 방식!
우리는 이 몸과 마음을 자기 자신으로 믿고, 분명한 진실이라고 확신한다. 그 믿음은 정말 진실한 것일까? 모두가 불변의 진실로 알던 천동설이 지동설의 출현으로 뒤집히고, 모두가 진실이라 확신하던 고전 물리학의 세계가 양자 물리학의 출현으로 뒤집혔듯이, 우리가 ‘나’라고 확신하는 것도 사실은 참된 나 자신이 아닐 수 있지 않을까?
먼 옛날부터 진정한 영적 스승들은 그렇다고, 우리가 나 자신으로 확신하는 이 몸과 마음은 참된 나 자신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책에 실린 글에도 똑같은 깨달음이 담겨 있다. 이 몸과 마음이 내가 아니라면, 진정한 나는 무엇일까?
지은이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리도록 다양한 말로 가리킨다. 이를테면 순수 의식, 알아차림, 자각, 자나 깨나 변함없는 것, 현존, 지금 여기, 배경, 공간 등의 이름으로 가리키면서, 독자들이 지금 이 순간의 직접 경험을 통해 알아차리도록 인도한다. 동서고금의 영적 스승들이 그랬듯이 지은이가 알려 주고 싶은 우리의 참된 자기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무한하고 영원한 그 무엇이며, 진정한 자기 자신은 이 작고 유한한 개인이 아님을 알게 될 때 괴로움의 근본 원인을 넘어서게 된다. 진정한 자기 자신이 무엇인지를 깊이 자각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 자각이 깊어지면 자아라는 중심점은 사라집니다. 그 자리에 남는 것은 말할 수 없는 투명한 의식, 그 자체로 고요한 존재성입니다. 그러나 이 자각은 세상을 거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상 전체가 바로 그 ‘알아차림’의 표현이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 모두가 그 하나의 의식이 자신을 다르게 표현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말합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동시에 이 모든 것 안에 있다.’” (214쪽)
2부에서는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대화의 형식으로, 3부에서는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으로 이 진실을 분명히 깨닫도록 돕는다. 4부에서는 세계가 둘로 나뉘어 있지 않다는 비이원론의 이해를 바탕으로 세상에서 수월하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