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자 시인의 첫 시집 『기린 데려다주기』는 강, 강물, 비, 빗방울, 눈, 눈사람 등 물기 어린 대상(對象)을 포착함과 동시에, 기린, 양, 새, 벌레, 수국, 벚꽃, 매화나무, 사과나무 등 생명을 지닌 작고 여린 것들의 목숨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그것은 아마도 시인 스스로 우리 이웃 사람들과 평범한 일상 속에 동행하면서도 주변의 사물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황정자 시인의 이번 시편들은 물기를 머금고 촉촉하게 젖어있되 목 놓아 울지는 않고 담담하게 그 울음을 삼키거나, 주변의 대상을 향하여 연민과 슬픔의 감정을 느끼되 지나치게 애달파 하거나 그 슬픔에 마냥 매몰되어 있지는 않다. 이 점은 황정자 시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데, 시인이 시를 통해 삶을 위로하는 방식이 예컨대 마주 보며 어깨를 두드려 주는 직접적 방식이 아니라, 상대의 등을 지그시 바라보고 뒤따라 함께 걸어주는 미더운 기다림의 자세를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서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주목하건대 황정자의 첫 시집 『기린 데려다주기』는 시인이 우리 주변의 일들을 관찰하며, 그간의 시간을 살아낸 경험을 특유의 시적 상상력으로 재현하면서, 시가 마침내는 삶을 위로하는 한 방식이자 기다림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평론가 전해수는 표제작인 위 시 「기린 데려다주기」에 표출된 시인의 시적 상상력을 주목해 보며, 이 시는 황정자 시인의, 삶을 위로하는 독특한 방식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는 수작(秀作)이라고 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