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금강경》은 지금까지 스님이나 불교 학자들이 주도해온 금강경 해설 방식과는 방향이 전혀 다르다. 기존의 번역본들이 한자 원문 해석, 산스크리트 어원, 동사 변화, 경전의 계보와 이론 구조를 중심에 두었다면, 이 책은 그런 모든 해석의 층위를 덜어내고, 일반 불자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도록 아주 쉽게 우리말로 경전을 풀어낸 독자적 시도다.
경전 공부를 어렵게만 느껴온 많은 불자, 20~30년간 절에 다녔어도 입으로만 외울 뿐 내용은 모른 채 지나쳐야 했던 이들을 위해,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눈높이와 언어를 철저히 독자 중심으로 낮춘다. 일반 독자들에겐 경전에 대한 주석, 학설, 인도 원전이 중요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중요한 건 “도대체 이 경전이 우리에게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라는 삶의 질문이다.
이 책은 바로 그 물음에 수필 형식으로 부드럽고 직관적으로, 때로는 한 사람의 이야기처럼 답을 건넨다. 형식적으로는 문답이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금강경을 읽는 독자 한 사람 한 사람과 마주 앉아 조용히 답하는 대화에 가깝다. 이런 경전 이해 방식은 지금까지 국내 불교 경전 해석에서 거의 시도되지 않은 독특한 접근이다. 이는 경전을 단순히 쉽게 풀었다는 차원을 넘어, 금강경을 삶의 언어로 다시 살아 숨 쉬게 한 해설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특히 이 책이 기존 불교 경전 해설서와 차별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마더 테레사 수녀님과 이태석 신부님의 헌신을 대승보살의 자비 정신으로 연결해 해석했다는 점이다. 그들의 삶을 통해 보살행의 본질을 설명하고, 종교를 가로막는 경계 대신 신심과 실천이 통하는 자리에서 불교와 기독교를 함께 조명한 이 시도는 금강경 해설서 역사상 보기 드문 종교 간 대화의 진정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 〈티벳에서의 7년〉에서 달라이 라마가 보여준 깊은 내면의 고민은 여리실견분(如理實見分)의 주제와 절묘하게 맞닿아 있다. 또한, 미국 작가 엘리너 포터의 소설 《폴리애나》에서 소녀가 보여준 순수한 긍정의 힘은 불교의 업(業)과 인연에 대한 교훈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처럼 이 책 《초역 금강경》은 인간의 삶, 종교, 철학뿐 아니라 자연과 과학의 세계까지 폭넓게 끌어와 각 분(장)의 내용을 설명한다. 지구라는 작은 별이 어떻게 움직이고, 우주조차 항상함이 없다는 사실에서 무상(無常)의 진리를 오늘의 눈으로 다시 일깨우며,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 하늘의 구름과 바람 같은 자연의 풍경도 이 경전의 가르침을 전하는 비유로 유연하게 설명된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도록, 경전의 가르침을 실제 삶과 자연, 그리고 예술적 감수성에 기대어 풀어낸 이 시도는 지금까지 그 어떤 해설서에서도 보기 드물다. 《초역 금강경》은 단순한 해설서가 아니라, 독자의 삶을 향해 조용히 말을 거는 ‘살아 있는 경전’이 되고자 한다.
교리를 가르치기보다 그 교리를 어떻게 삶으로 녹일 것인가에 집중한 이 책은, 종교가 사람을 갈라놓는 것이 아니라 연결하는 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조용히 일깨운다.
불자들에게는 이 책이 금강경의 진심을 만나는 지혜의 등불이 될 것이고, 비불자들에게는 “불교는 이런 종교였구나”라는 깊은 이해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스님도, 학자도 아닌 정사장이라는 저자가, 자기 삶을 바꾸어 놓은 경전을 자신만의 말로 풀어내기까지의 고민과 고요한 용기 역시 이 책의 중요한 밑바탕이다. 《초역 금강경》은 독자에게 고개 숙여 말한다.
“이제는 당신의 입에서, 당신의 삶 속에서 이 경전이 살아 움직이기를 바란다”고. 이 책이 국내 경전의 해설사에서 하나의 분기점이 되리라는 점에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