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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고래의 춤

바위고래의 춤

  • 조영진
  • |
  • 책마을해리
  • |
  • 2025-07-17 출간
  • |
  • 48페이지
  • |
  • 210 X 270mm
  • |
  • ISBN 9791194533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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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작가노트]

그림_조영진
그림은 나한테 있어서 계속 엇나가면서 새로운 이상을 구축하는 것과 동시에 통념적인 전통과 뿌리깊게 연결되는 그 사이에 존재한다. 그것은 마치 깊은 무의식에서 튀어 오르는 고래들을 낚아 마음이 알려주는 리듬감으로 배치하는 것이며 심리적 색채들의 원근법과 선들의 조화로 이루어진다. 그들은 마치 뱀이 성교를 하듯 서로를 감고 뒤엉켜 스스로를 잡아먹고 스스로 새살을 만들어낸다. 벼락도끼로 하늘과 땅이 연결될 때 우물에서 용들이 하늘로 솟구치듯 생명과 자연의 비밀을 살펴 똑바로 받아적으려는 시도들이다.
이미 자기네 뒷산에 귀한 과일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듯이 자국에 귀한 소재들이 넘친다. 넘치는데 서구권 얼리버드형을 자처하는 작품들은 아무래도 나한테 이질감을 느끼게 하고 상대적으로 저차원적으로 느껴졌다. 페미니즘은 정치적으로 올바른바, 마땅히 천둥소리를 우렁차게 울려야 하는 과제가 있다. 스스로 과한 볼멘소리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한편, 기존 권력자들은 배에 기름칠이 넘쳐 귀까지 찼으므로 더 이상 다른 소리를 듣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더 중요한 건 헤게모니 전쟁을 통한 권력 찬탈이 아니라 밸런싱 문제이다. 음지를 하이라이트 해서 건강한 사회적 조율에 이바지하는 것은 작가로서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동학에 관심을 갖고 입문하고 차차 후천개벽 사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중에서 비밀스런 동학의 여성리더 이수인 이야기는 많은 영감을 주었다(김지하 〈수왕사〉 참조).
반항기 다분한 아들을 키워야 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어머니의 분열된 심리와 행동들은 어린 내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웠고, 많은 혼란과 궁금증을 야기했다. 성적인 건 무조건 비도덕적인 것이고 학교를 열심히 잘 다니는 것만이 인생의 최대의 목적인 것처럼 배우고 자랐지만, 그것은 오히려 나를 헤세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처럼 반대세상으로 인도해 관점이동자의 눈을 갖게 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시간이 되어 나는 그 어머니를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했고, 어쩌면 지난 몇 년 동안은 이수인과 어머니를 나란히 두고 생각하고 작업해왔는지 모른다.
반구대 암각화에서 우주뱀은 머리가 두 개가 달렸고 소뿔모양에 자궁기호를 갖고 있는데 현실에 존재하는 동물들 사이에 둥둥 떠다니는 듯한 모습은 기괴하면서 아름다웠다. 그렇게 된 이유를 나는 "선각"에서 찾았다.
"선각"이란 선 line으로 깊이 새겨넣었다는 뜻이다. "석벽"이라 바위 표면에 깊이 새겨넣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처음에는 착안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고래 몸체의 윤곽선, 사슴의 뿔선, 사람 얼굴의 선들을 오래도록 마주하면서 그 구체적인 선들은 생명체와 생명체를 중첩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거대한 삼각형, 그물 무늬로 짜여진 우주뱀 기호, 물결 모양의 기호 등등의 추상적인 선들은 구체적인 선들을 묶어주는 장치 같은 것임을 알게 되었다.
"선각"이 지금 서양미술사의 연대기가 더 이상 평면연구에서 새로운 페이지를 추가하지 못한 채 답보 상태인 것에서 한 단계 새로운 점프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구체적인 선들을 통해 각각의 생명체들이 처한 위상, 상태로부터 다른 위상, 상태로 이동해가고 추상적인 선들을 통해 그러한 이동이 과거와 미래, 삶과 죽음을 넘어서는 실행을 보여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모습을 한 이수인처럼, 이수인의 이념을 품은 어머니처럼 선을 그어야겠다고 오늘도 생각한다. 대범하면서 굮은 선의 모험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글_김남수
너가 내가 되기 위해선 순서가 있다. 먼저 나를 알아보기. 우물 안으로 기어들어가 더듬더듬 이곳 저곳 무의식의 방문을 열어본다. 시간 두고 판단해본다.
문득 바닥에 손이 닿는다. 차가운 바닥은 어느 엉덩이가 앉아서 덮힌 바 없이 극도로 차가운데 거기에는 어둠 속에 잠긴 손잡이가 내 눈에 들어온다. 회화란 무엇인가.
나에게 있어서 회화가 주는 자유란 그와 관련된 의미가 담긴 소재를 선별해 그리는 것보단 선과 면들이 서로를 가로지르며 다차원을 평면에 도해함으로써 전자구름처럼 나를 여기와 저기에 동시에 존재하게 해 구속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데 있다.
그러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바닥 손잡이로 열고 아무도 만나지 않는 무저갱 속으로, 바닥 모를 바닥으로 내려가는 데 있다. 그 아래쪽에서는 저 이곳저곳의 방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밑그림이 머리 위에 둥둥 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닦여야 할 길이 안 닦인 경우가 너무 많이 눈에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발 디딜 계단의 어둠이 걷히지 않은 경우가 역시 너무 많이 띤다. 게으를 시간이 없다.
작업을 할 때는 항상 음악을 듣는다. 색채에도 영향을 많이 끼치지만, 리듬감 구성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 그림은 인테리어가 될 바엔 무기가 되는 게 낫다. 그림은 뱀 같아서 처음에는 자기치유 같지만, 좀만 더 가면 마누라랑 자식도 버리고 그림에만 빠지게 될 수 있으니 조심까진 아니어도 염두에 두고 작업에 임하도록 하자.
벽에 걸린 그림은 뜬 그림이다. 고인돌이랑 한옥처럼 둥둥 떠 있다. 쓸데없는 건 과감하게 버려야 둥둥 떠다닌다. 바닥 아래의 머리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그렇다고 선들과 면들이 교차하며 생기는 이미지가 반드시 다차원을 중첩시키기 위함은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으면서 자연스레 생기는 예상 밖 독특한 이미지가 있다. 그들과 대화를 하며 다시 살려둘지 제거할지 고민한다.
유독 한국회화 작가들은 자기표절에 관대한 경향을 보인다. 어떤 의미있는 화풍을 재발명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긴 하나 상업에서 계속 러브콜이 온다고 비슷한 그림을 계속 그리는 건 스스로 자존심 상해야 할 일이다. 그래도 5~7년 정도 우려먹는 건 화풍의 심화를 위해 괜찮다고 보여진다.
나만의 예술언어, 나만의 이상적 미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다 보니 눈에 차는 여자가 없다는건 웃지 못할 고민이다. 단순히 외적인 문제가 아니라 그 수수께끼 같던 여자 심리도 단순하게 보인다는 건 고민을 넘어선 재앙이다. 연애를 못 할까 봐 두려운 것보다 어느 순간 다른 그림을 그리지 못할까 봐 가끔 두려움이 몰려온다.
마음으로 그리면서 동시에 머리로 그리기. 밸런스 조율은 영원하리.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위대한 이미지들 사이에서 나의 그림은 오직 약간의 영역을 확보할 뿐이다. 그 1프로 아니 0.1프로를 위해 치열하게 골짜기 파는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려면 무엇보다 호흡과 산책이 중요하다.
거울이 서로 마주보는 듯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 사람들이 각자 다양한 관점들을 내놓을 수 있으면서도 설득력 있고 합리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다.
역설적이게도 인공지능이 완성형에 다다르면 회화는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천대받던 환쟁이의 시대가 말세에 펼쳐지는구나. 슬프구나.
밀도가 높으면서 단순하고 공포스러우면서 웃기고 진지한 소재와 멍청한 행동들 서정적인 색채와 잔인한 현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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