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하고 싶지 않은 이별,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아이, 봄이의 눈에만 보이는 아이,
그 아이가 바로 봄이의 단짝 선호다! 선호는 정말 사라진 걸까?
“선호가 사라진다, 사각사각······. 선호가 사라진다, 사각사각······.”
순간 봄이는 기분이 이상해졌어. 휑뎅그렁한 굴참나무 숲길, 선호 없이 혼자 걷는 길······.
눈물이 왈칵 솟구쳤어. 세상에 혼자 버려진 기분이었지.
하지만 울고 싶지 않았어. 저마저 울어 버리면 선호는 정말 사라질 것만 같았으니까.
본문 중에서
〈내 눈에만 보이는 아이〉는 단짝 친구의 죽음을 마주한 아이 "봄이"가 겪는 상실과 혼란, 그리고 그 슬픔을 감내해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동화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친구 ‘선호’는 봄이 눈에만 보이는 투명 인간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봄이 눈에만 보이는 아이, 선호로 봄이는 학교에서 이상한 아이로 오해를 받고, 어른들은 걱정을 합니다.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봄이는, 선호가 정말 사라질까 두려웠습니다. 친구의 죽음을 맞이한 봄이를 통해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이별을 애틋하고 따뜻하게 풀어낸 이 책은 아이들에게 이별을 마주하는 법을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너무너무 보고 싶을 땐 선호가 다시 나타났으면 좋겠더라.
그래서 네가 부럽기도 해, 넌 선호를 볼 수 있잖아.”
원우의 말이 봄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한 순간…….
봄이 곁에 조용히 다가온 아이, 원우는 선호를 함께 기억하는 친구입니다. 어느 날 원우는 봄이에게 선호와 함께 묻어 두었던 도토리를 찾아 굴참나무 숲으로 가자고 제안합니다. 둘은 굴참나무 비를 맞으며 함께 웃고 또 선호와의 추억을 천천히 떠올립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서로 전해질 때, 그 마음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게 됩니다.
봄이는 선호와 함께 만든 눈사람을 원우에게 보여줍니다. ‘눈사람은 춥겠다.’는 원우의 한마디에 냉동실 속에 고이 간직해 둔 작은 눈사람을 조용히 햇살 속으로 보내주는 봄이. 봄이는 녹아 사라지는 눈사람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이별을 받아들이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그 눈사람은 언젠가 다시 겨울에 눈으로 내려와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올 거라는 믿음처럼 말이지요. 〈내 눈에만 보이는 아이〉는 소중한 누군가와의 이별이 기억을 통해 상처로만 남지 않고, 새로운 관계 안에서 따뜻한 위로를 발견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이별 앞에 서있던 어린 날의 나에게 전하는 이야기!”
소중한 이와의 이별을 마주한 모두에게 보내는 조용한 위로!
이향안 작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사랑하는 짝꿍을 갑작스레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친구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 그 어리둥절함과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진 슬픔은 가슴속에 조용한 상처로 남았습니다. 그러나 아픔은 덮는다고 사라지지 않았고, 외면할수록 더 깊어졌습니다. 작가는 결국 글을 통해 그 상처와 마주했고, 그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당황할 아이들에게 슬픔을 피하지 않고 천천히 받아들이는 마음의 연습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그림을 맡은 이주안 작가 역시 유년 시절, 가족보다 친구가 더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 책을 그렸습니다. 그 시절 소중했던 친구와의 추억을 떠올리면 피식 웃음이 나는 감정을 봄이와 선호, 원우에 모습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소중한 친구의 죽음이라는 주제는 작가의 다정한 색감으로 따뜻하게 표현됩니다.
〈내 눈에만 보이는 아이〉는 작가의 마음 깊은 곳의 이야기로 시작되어, 추억을 머금고 살아 숨 쉬는 그림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이 책은 친구를 그리워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다정한 시선의 동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