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과 사유로 엮어낸 단상집-
박연수 작가는 중학교 때 화재를 당한 일을 회상한다. ‘천정이 빨간 것은, 활활 불이 타고 있었고 엄마는 나무로 만든 돈통을 잘 가지고 나가라는 말을 하고 돈통을 제게 맡겼는데 밖에 나와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품에 안은 것은 괘종시계였습니다. 수많은 종이돈은 검은 재가 되어 바람에 날아갔고 저는 묘한 기분이 되었습니다.(「불자동차」중에서, 96p) ‘돈통을 들고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큰 괘종시계를 보물인 양 꼭 잡고 있는 내 모습에 자신도 놀랬지요. 우린 순간 자신이 최고를 가진 양하지만 꼭 쥐고 있는 것은 그냥 고물일 수 있습니다.’(「눈이 참 나쁜 사람」중에서, 149p)「불자동차」와 「눈이 참 나쁜 사람」의 글은, 삶의 터전이 불에 타는 황망 중에서 중학생 박연수가 괘종시계를 돈통으로 인식하고 들고나왔던 당시 행동 의식을 곱씹는다. 인식 오류의 결과를 탐구하고 적극적 승화의 단계에 오르면서 미래 인식의 개선을 꾀한다. 사람들 각자가 집착하는 그 무엇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비록 돈통의 돈은 화마가 삼켰을지라도 중학생 박연수가 잡고 있었던 괘종시계는 다시 일군 삶의 터에서 어려운 시절을 딛고 올곧게 서는 과정을 함께했을 것이다. 괘종시계는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고 고난을 딛고 희망을 주는 시간의 상징적 상관물이다.
저자는 남녀노소, 귀천 불문하고 친구가 될 수 있다며 ‘인연의 힘으로 산다’고 적고 있다. 또 ‘두 손을 등 뒤에 묶어 두고서 무심한 얼굴로 걸어갑니다. 손만 내밀면 우린 언제든지 친구가 될 수 있는데…….’(「생각의 파편」중에서, 100p)라며 인연 맺기에는 능동적 태도가 필요함을 말한다. ‘수많은 인연의 힘으로 산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인연 때문에 힘이 되어 살아간다고 합니다.’(「인연의 힘」중에서, 56p) ‘말로만 들었던 분을 처음 뵙던 날, 알지도 못하는 설렘이 있었습니다. 반년을 문자로만 인사를 드린 분이지요.’(「특별한 만남」중에서, 174p) ‘오랜만의 외출을 준비합니다. 반갑고 정다운 사람을 만나기 위한 긴 여행길, 기차표를 예매하고 설레는 맘에 준비 차체가 기쁨입니다.’(「오랜만의 외출」중에서, 178p)
예시된 글과 같이 말로만 듣던 분과 반년을 문자로 소통하던 사람을 처음 만나는 일화, 4년의 그리움을 품고 정다운 사람을 찾아가는 일화, 거리의 악사와 친분을 쌓아가는 이야기 등등에서 상대와 소통하려는 저자의 자세와 친화력이 엿보인다. 말을 건네고 마음을 나누는 저자의 의도는 삶의 온기를 유지하고 끌어 올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공동체 일원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고자 하는 저변 의식인 것이다.
저자는 병고를 딛고 공감과 소통으로 삶의 활력을 찾아간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에서 감사할 만한 것들에 예의 갖춰 반짝이는 눈망울로 감동한다.
작가는 여유와 친밀함을 더하고 싶은 나머지, 단상집의 문장들을 말하듯 시처럼 행간을 나누며 써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