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첫 시집에 대해 시인 이근모는 “시 속에 잠재한 시상들과 삶의 아름다움과 순수함이 숨 쉬는 그 자체로 《약해지지 마》란 시집을 출간한 일본의 ‘시바타 도요’ 같은 시인이 한국에도 건재하다는 나름의 생각과 함께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노성배 시인은 ‘시바타 도요’처럼 순수 그 자체의 아름답고 진솔한 시를 창작해 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첫 시집을 통해 일상 속의 섬세한 감정과 인간 내면의 풍경을 따뜻하게 그려낸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한층 더 깊어진 시선으로 ‘막연한 삶’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고요한 움직임을 포착한다. 이 시집은 삶의 조각들을 모으는 순례자의 시선으로 그 속에서 발견한 온도와 결, 그리고 흔들림을 ‘시’의 언어로 가다듬은 노력의 결정체다.
시인은, “한 점 구름처럼 있다가 사라질 각오로 용단하여 시단에 발을 내디뎠다.”며 “미숙하고 원망 가득한 시어들을 모았던 1집을 되짚어 2025년 《막연한 삶을 가로질러 봄》으로 아직도 잘게 일렁이는 가슴을 달래어 다시 희망 같은 두 번째 시집을 낸다.”고 이번 시집을 내는 소회를 밝혔다.
우리를 ‘덜 막연한’ 봄으로 이끄는 따뜻한 언어-
《막연한 삶을 가로질러 봄》은 순례자의 여정 같은 시집이다. 그 여정은 한 방향이 아닌 내면과 외면, 과거와 현재, 개인과 공동체, 신뢰와 의심 사이를 오가는 복합적인 이동이다. 언어의 정교함과 자신만의 통속에서 벗어난 서정이 공존하며, 일상의 조각은 흔하지만, 그 흔함 속에서 ‘살아 있음의 실체’를 통찰하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그리고 성찰의 끝에서 우러나오는 단순한 진심-“운명을 사랑하라”, “단순하게 정면으로”라는 문장-은 삶의 무게를 견디는 시적 역설로 작동한다.
시인은 ‘불완전한 자신’과 ‘흔들리는 세계’를 함께 껴안으며 동시에 기록하는 일이야말로 내가 살아 있음의 증명이자,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시의 가치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 시집은 “막연한 삶을 가로질러” 지나면서도, 그 ‘막연함’을 시적 감각으로 붙잡으려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봄을 기다리고, 고독 속에서 울컥하고, 나를 반성하고, 타자를 안아주는 마음을 담담하게 쏟아 내는 이 시집은, 우리의 봄이 도래하기 위해 얼마나 긴 겨울을 견뎌야 하는지, 조용히 울림을 남긴다.
노성배 시인의 시집이 “순례자처럼 말하지 않지만”, 독자에게는 조금 더 사랑스럽고 ‘덜 막연한’ 봄을 기억하게 해주기를 바란다.
- 김종순/ 문학박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