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교수가 스님을 찾아와서 절을 하며 말씀드렸다.
“바삐 사느라,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스님께서는 교수를 지긋이 쳐다본 다음 물었다.
“뭐가 그리 바쁘노?”
이 한마디에 큰 충격을 받은 교수는 서울로 돌아가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바빴던 것이 무엇인가? 너희도 알다시피 써 달라는 글 쓰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강연을 하느라, ‘바쁘고 힘들게 산다’고 생각해왔던 것이었다.
경봉스님 말씀을 듣고 보니 ‘그 일들이 내가 꼭 해야 할 일이요 바쁜 일이었던가?’ 싶더구나. 너희들은 그렇게 살지 말아라.”
다도로 일가견을 이룬 처사가 스님을 찾아와서 배운 차에 대한 지식을 자랑스럽게 말씀드렸다. 스님께서는 한참 동안을 말없이 듣고 있다가 한마디를 툭 내뱉으셨다.
“니, 차 몇 잔 마셨노?”
이 말씀이 평생을 차와 함께 살았다고 자부를 해왔던 처사에게 화두가 되었다.
스님께서는 행사 뒤에 기념 촬영을 하거나, 사람들이 사진을 찍자고 하면 자주 말씀하셨다.
“내 얼굴만 찍지 말고, 내 목소리도 찍어라.”
“겉모습 말고, 안 보이는 속 모습도 찍을 수 있겠느냐?”
조용필의 ‘못 찾겠다 꾀꼬리’는 경봉스님과의 인연에서 나온 노래인데, 그 만남이 재미있다.
1980년 초, 조용필이 스님을 찾아와 인사를 하자 물었다.
“무엇 하는 사람이고?”
“노래 부르는 사람입니다.”
“그럼 노래하는 꾀꼬리구나. 너의 꾀꼬리, 니 속의 노래하는 참된 주인공을 찾아보아라.”
그래서 만들어진 노래가 ‘못 찾겠다 꾀꼬리’였다고 한다.
이 책을 엮은 김현준거사(불교신행연구원 원장)는 간곡히 청한다.
“‘재미있네. 잘 읽었어’ 하며 책꽂이에 꽂아버리지 말고, 옆에 두어 읽고 또 읽으시기를! 그리고 주위의 분들께 일독을 권해주십시오. 자꾸 읽다 보면 스님의 향성香聲이 온몸에 배어들어, 나와 주위를 깨어나게 하고, 한바탕의 멋진 연극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