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따옴)
#1 - 양혜순 시인이 비교적 늦은 나이에 시를 쓰기 시작하여 문단에 나왔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에 대한 사랑과, 시 창작에 대한 열정과 집념은 어느 누구 못지않다는 점이다. 이와 더불어 필자가 더욱 주목하는 것은, 그가 짧은 문학적 연륜에도 이미 세 권의 시집을 발간하고, 그 시작품들이 질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시적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2 - 현대 사회는 물질적 풍요와 소비를 삶의 중심 가치로 삼고 있으며, 인간관계조차도 계산과 효율의 논리에 의해 재단되는 경우가 많다. 양혜순 시는 이런 시대에서 ‘비물질적인 가치’ - 사람의 마음, 순수한 자연과의 섬세한 교감과 관계, 감정의 진실성과 삶의 진정한 가치와 목적 등을 꾸준히 추구하고 있다.
#3 -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무엇을 위해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 하는 인생의 원초적 질문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이에 대한 답은 앞서의 논의에서 보았듯이, 양혜순 시인이 시를 통해 자기 자신의 마음의 고통과 상처를 스스로 어루만지고 치료함은 물론, 타인의 아픔과 상처에도 공감하고 함께 나누면서 위로하고 치유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4 - 시인에게 있어 시는 단순한 감정과 사상의 발로가 아니라 마음의 삶의 상처를 꿰매고, 존재의 본질을 되새기는 ‘치유의 여정’이기도 하다. 앞선 시 「감나무」에서 시인은 개인적 기억과 상실의 감정을 마주하며, 치유와 회복의 내면적 성장을 그려냈다. 시인은 더 이상 과거의 아픔과 상처에 머물지 않고, 생명의 본질과 우주적 모성을 통한 ‘부활과 구원’이라는 보다 근원적인 차원으로 시적 세계를 확장시킨다. 이러한 시적 모티브의 전환은 단순한 주제의 변화가 아니라, 존재에 대한 인식의 깊이와 방향이 바뀐 결과라고 볼 수 있다.
#5 - 시는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그리움과 희망을 언어로 형상화한 예술이다. 특히 자연과 신앙이라는 두 세계는 시를 통해 자주 만나며, 그 만남은 존재의 근원을 묻고 삶의 방향을 새롭게 정립하게 만든다. 아래에 인용된 시 「강물 한 자락」과 「성모님께 드리는 노래」는 각각 자연과 신성을 노래하지만, 그 속에는 자연과의 일체감을 통해서 존재의 궁극적인 위안과 해방을 추구하는 초월의 지향점이 공통으로 깃들어 있다.
#6 - 抒情詩에서 시간은 작품의 정서와 주제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정시는 일반적으로 시인의 내면 감정이나 사상을 표현하는 시 형식으로, 시간의 흐름보다는 정서의 응축에 초점을 두지만, 그 안에서도 시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작용한다. 시간 축은 시적 화자의 정서가 전개되거나 응축되는 시간적 구조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연대기적 시간(chronos)을 넘어, 정서의 흐름, 회상, 예감, 정지된 순간 등 심리적 시간(kairos)을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