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그늘을 주고받는다는 것
비밀을 털어놓는 순간 아물기 시작하는 상처들
연수는 전학생 허진과 도서실에서 처음 만난다. 재혼을 앞둔 엄마와 자신에게 무관심한 가족에게 지친 허진은 자신에게 많은 걸 묻지 않는 연수가 싫지 않다.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하는데, 초등학교 졸업식 날을 마지막으로 연락은 끊기고 만다.
중학생이 되고 연수는 허진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된다. 노는 선배들과 어울리고 가출까지 했다니, 달라진 허진의 모습이 어색하기만 하다. 연수는 용기를 내어 허진에게 연락하고, 오랜만에 만난 허진은 지금껏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았던 비밀을 연수에게 털어놓기 시작하는데….
마음속에서 맴돌기만 하는, 해결 불가능한 상처를 우리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소설은 친구, 자연, 대화, 공감, 이해 등 세상이 건네는 따듯함에 상처가 조금씩 희석되고 아무는 과정을 보여준다. 자신을 둘러싼 것들과 호흡을 맞추며 점차 사회와 공동체에 섞이고 연결되어 가는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새순이 푸르른 숲을 이룰 때까지
소리 없는 응원은 계속된다
떨림은 가만히 서 있는 나무가 괴로움을 견디는 표시일까? 쓰러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일까? 나무는 살아가는 내내 센 비바람을 이렇게 견딜까? 울퉁불퉁한 느낌은 점점 사라지고 등을 지나 가슴에 닿은 느릿한 떨림만 남아 있었다. _ 『아버지를 찾아서』 중에서
연수는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숲을 찾곤 했다. 묵묵하게 기댈 곳을 내어주는 나무는 언제나 연수의 상처를 보듬어주었다. 이후 연수는 나무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고 농업계 특성화고등학교 진학을 결심한다. 그런데 과연, 자신의 선택만으로 미래가 정해지는 것일까? 물론 꿈을 지키기 위한 연수 자신의 노력이 가장 컸겠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쩌면 그 꿈에 닿는 것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연수가 산에서 찍은 새 사진을 학교 게시판에 걸어준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 재배부 동아리를 지도하며 연수에게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중학교 도덕 선생님 등 한 소년에게 기울인 조그마한 관심들이 소년의 꿈을 지켜준 셈이다. 이 책 역시 씩씩하게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은 이들에게 소리 없는 응원이 되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