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b의 새로운 시리즈: b-SIDE
이 책을 첫 책으로 하여, 도서출판 b는 새로운 문고판 시리즈를 내놓게 되었다. 이 시리즈는 (나이가 아니라) 생각이 젊은 작가(비평가, 연구자, 에세이스트, 번역가 등 누구나)가 자신이 천착하고 관심을 가진 주제를 많이 길지 않은 호흡으로 펼쳐놓는 저서 시리즈다. 그동안 한국의 인문학 저서 시장은 대학교수들이 중심이 된 ‘학술’ 분야가 한 편, 대중적 지식 커뮤니케이션이 중심이 된 ‘대중 교양’ 분야가 한 편을 이뤄왔다. 하지만 이 새로운 시리즈는 ‘학술’이면서도 난해하지 않고, 논문 형식을 피한, ‘대중 교양’이면서도 학문적 바탕이 탄탄하고, 도발적이면서 혁신적인 저서를 지향한다. 누구나에게 쉽게 말을 걸고 있지만, 그 내용은 소화 잘되는 ‘쉬운 인문학’이 아닌, 지금껏 흔히 본 적 없는 주장을 담은, 작가의 인장이 박힌, 주류 학계에서 출판되기 쉽지 않을 수 있는, 하지만 글의 깊이는 수준급인, 그런 글들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시리즈의 저자들은 대학과 텔레비전과 유튜브에서 ‘잘 나가는’ 명사들은 아닐 수 있지만, 자기 분야에서 자기만의 목소리를 갖고 있는,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작가들이다. 이 책에 이어서 김홍식의 〈초월신경증〉, 나익주의 〈세상은 은유다〉가 발간 예정이다.
고심해서 지은 이 시리즈의 이름은 ‘b-SIDE’이다. ‘b-SIDE’는 레코드나 테이프의 뒷면이다. 주력하는 히트곡은 주로 A-SIDE에 들어간다. 하지만 우리는 b-SIDE에 담긴, 알려지지 않은 명곡, 모두가 흥얼거리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는 주옥같은 노래에 주목하고 싶다. b-SIDE는 영어 단어 ‘beside’의 발음과도 같다. ‘beside’는 ‘옆으로 비켜나 있는 상태’를 뜻한다. 이는 중심보다는 주변, 주류보다는 비주류, 메인스트림보다는 언더독의 목소리와 시선과 사유를 담고 싶은 이 시리즈와도 통한다. 그래서 다시, 이 ‘b-SIDE’ 시리즈는 자신의 목소리, 자신의 형식, 자신의 내용을 맘껏 발산하고 싶은 모든 작가들에게 열려 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