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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우리 미국의 대화

그냥 우리 미국의 대화

  • 클로디아 랭킨
  • |
  • 플레이타임
  • |
  • 2025-06-30 출간
  • |
  • 436페이지
  • |
  • 148 X 210mm
  • |
  • ISBN 979119029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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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여전히 백색이 짙게 드리운 미국에서
백인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흑인 시인
어긋나는 대화들, 사무치는 절망,
그럼에도 억누를 수 없는 다른 미래를 향한 욕망

‘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 운동과 더불어
미국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흑인 시인이 된 클로디아 랭킨,
‘백인성’을 주제로 백인들과의 대화를 시도하다
흑인을 상대로 한 경찰의 폭력을 규탄하며 분출한 ‘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 운동이 미국 전역을 휩쓸었던 2014년, 클로디아 랭킨의 다섯 번째 저작인 『시민: 미국의 서정시』가 출간되었다. 시와 에세이, 시각 자료를 아우르는 혼종적인 형식을 취한 이 책에서 랭킨은 자신과 친구들이 겪은 인종 차별, 인종 차별적 언어의 작동 방식과 언어 자체의 한계, 세리나 윌리엄스나 지네딘 지단 같은 스포츠 스타에게 덧씌워진 인종적 이미지, 흑인을 상대로 한 과잉 진압과 증오 범죄를 파헤쳤다. 『시민』은 당시의 열띤 분위기와 맞물려 출간 직후부터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으며, 시로 분류되는 저작 중에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각종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독특한 형식을 증명하듯 이례적으로 전미 도서 비평가 협회상의 시와 비평 부문에 동시 노미네이트되었고 이 중 시 부문을 수상했다. 2024년에는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의 책 100권 중 34위에 오르기도 했다.
놀라운 비평적, 상업적 성공을 거두며 단번에 그를 미국 지성계와 문학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옮겨 놓은 『시민』으로부터 6년이 지난 2020년 랭킨은 후속작 『그냥 우리: 미국의 대화』를 세상에 내놓았다. 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 운동이 여전히 인종 차별이 횡행하는 현실을 폭로했음에도, 또 랭킨 자신도 『시민』으로 이 운동의 한 부분이 되고 명성을 획득했음에도 세상은 더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몇 년 전부터 그 어느 때보다 암울한 시기에 접어든 상태였다. 두 차례에 걸친 버락 오바마의 당선은 백인들-백인 유권자의 과반이 오바마의 상대 후보에게 투표했는데도-이 ‘미국에서 인종 차별이 종식되었다’고 선언할 빌미를 제공했다. 또 흑인이 사상 최초로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오른 사건은 백인들 사이에서 반발과 원한 감정을 점화했고, 이것이 백인 우월주의자이자 민족주의자, 남성 중심주의자를 자처하며 대통령직에 도전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는 데 중추 역할을 담당했다.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인 2017~2018년은 “현대 미국 역사상 가장 끔찍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진” 시기였다(이저벨 윌커슨의 『카스트』). 라스베이거스에서 미국 최대의 총기 참사가 일어났고, 학교를 비롯해 여러 공간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에서 예배를 보던 신도 열한 명이 살해되었고 켄터키 루이빌 외곽에서는 한 남성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다니는 교회를 테러의 표적으로 삼았다.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는 노예제를 상징하는 과거 ‘남부 연합’ 기념물 철거를 반대하며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폭력 시위를 벌였고, 이를 막는 과정에서 백인 우월주의자가 반대편 시위자 한 명을 살해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그냥 우리』는 이런 배경에서 집필되었다. 오바마 이후 많은 백인이 인종 차별과 인종 분리가 과거의 유물이 되었다고 믿은 한편, 새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공언하며 보낸 신호에 힘입어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에 대한 편견과 공격이 더욱 노골적인 모습을 취했다. 그리고 망연자실한 채로 “지금도 이렇다니”(167)라고 읊조릴 수밖에 없는 상황 앞에서 클로디아 랭킨은 백인성과 백인 특권을 주제로 백인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려 한다. 『그냥 우리』는 이 시도의 실패와 가능성에 관한 책이다.

공고한 인종 분리를 깊은 곳에서부터 뒤흔드는
대화가 없다면 어찌 변화를, 통합을 꿈꿀 수 있을까?
책을 펼치면 하얀 종이에 글자가 채워져 있는 것이 보인다. 대부분 산문이지만 운문이 끼어들기도 하며, 작은 글자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가 하면 곳곳에 이미지가 삽입된다. 본문은 오른쪽 페이지에만 인쇄되어 있으며 거기서 클로디아 랭킨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대화를 들려준다. 왼쪽 페이지에는 오른쪽 페이지에 나오는 특정 구절의 출처나 사실 관계가 제시되고 증거가 될 만한 이미지(회화 작품부터 소셜 미디어 스크린숏에 이르는)와 그래프가 배치된다. 때로는 본문과 직접 관련되어 있지 않지만 연상 작용을 일으키는 인용문이나 이미지가 놓이기도 한다. 왼쪽에 아무것도 없는 페이지도 많은데, 백인의 특권을 가시화하고자 하는 책인 만큼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백색으로 채색되어 있는 듯이 보이곤 한다.
1946년 한 프랑스 기자가 프랑스로 이주한 흑인 작가 리처드 라이트에게 미국의 ‘흑인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라이트는 이렇게 답했다. “흑인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오직 백인 문제만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종 차별을 철폐하려면 백인의 특권을 해체하고 백인들이 스스로의 권리에 대한 기대를 낮추게 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제를 백인에게만 맡겨 둘 수 있을까? 이 과정은 어떤 모습을 취해야 할까?
『그냥 우리』에서 랭킨은 인종 차별 반대 활동을 백인들이 가로채고 있다는 흑인 친구의 말을 전한다. 백인의 공간에서 다양성 워크숍이 열릴 때 자신보다는 백인 여자 강사가 섭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듣자마자 랭킨은 반문한다. “흑인이랑 갈인이 그동안 요구해 온 게 그거 아니야? ‘백인을 가르치는 건 우리 일이 아니다’라는 말을 그동안 얼마나 지겹게 들었던가”(81). 하지만 이내 친구의 말에 공감한다. 이 영역에서조차 백인이 흑인의 자리를 침식해서가 아니라 그런 방식이 공고한 인종 분리를 재생산하기 때문이며, 올바른 말을 배우는 것이 언제나 진정한 이해와 변화에 이르는 최선의 길은 아니기 때문이다. 흑인으로서 무시와 무례를 감당하며 살아야 했던 랭킨은 오랫동안 백인과의 대화를 꺼려 왔지만 이런 깨달음들이 대화를 시도하도록 그를 떠민다. 그리하여 그는, 구체적인 목표도 성과에 대한 확신도 없는 채로, 각종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 특히 가깝거나 낯선 백인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그런데 인종적 상상력이 메말라 버린 백인들과
인종을 주제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정말로 가능할까?
랭킨은 공항에서 백인 남자와 어쩌다 말은 튼다. 그는 “다양성 카드를 써먹을 수 없”어 아들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한다. 랭킨은 이를 기회 삼아 당신의 백인 특권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지만 돌아온 답은 “전 예외예요. 제가 가진 건 다 열심히 노력해 얻은 거거든요”다(57, 59). 어느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마주친 백인 남자는 큰 키가 자신의 최고 특권인 것 같다고 말한다. “그쪽이 가진 최고의 특권은 백인성 같은데요”(185)라고 랭킨이 응수하자 남자는 뜬금없이 예전에 농구를 했기 때문에 흑인과 함께하는 자리가 불편하지 않다고 답한다. 백인이 다수인 또 다른 식사 자리에서는 트럼프의 당선 요인이 화두에 오르지만 인종 차별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랭킨이 인종 차별을 입에 담고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 백인 여자가 디저트 쟁반이 정말 아름답다며 화제를 돌리려 한다. 분노가 치민 랭킨이 “지금 제 말 씹힌 건가요?”(195)라고 큰 목소리로 묻자 여자는 뭐라 대답하는 대신 친절을 거절당한 사람처럼 고개를 떨구고, 이를 신호로 백인의 결속을 다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렇듯 랭킨의 대화 시도는 연신 난파한다. 많은 백인이 여전히 자신의 백인성을 직시하길 거부하며, 인종 차별적 편견은 아직도 일상적인 상호 작용 구석구석을 강하게 지배하고 있다. 숱한 세월, 차별과 억압, 저항과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사실은 백인이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진보적일 뿐 아니라 인종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백인도 있다. 백인 사진 작가로 랭킨과 20여 년간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활동을 함께해 온 남편이 그런 사람이다. 공항이나 비행기에서 만난 남자들이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랭킨의 말에 남편은 로빈 디앤젤로의 책 제목인 ‘백인의 취약성’을 언급한다. 확실히 남편은 올바른 편에 서 있지만 랭킨은 정답만을 말하는 그와의 관계에서도 외로움을 느낀다. “지난 25년간 나와 함께 세상을 살아온 이 백인 남자는 본인이 자신의 특권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그는 어떤 용어를 쓰는 것이 바람직한지 잘 알고 있는데, 다만 그렇게 서로 합의된 용어만 쓰다 보면 얼떨결에 진정한 인식의 순간에 다다르는 때를 놓치기도 한다. 그런 용어들-백인의 취약성, 백인의 방어적 태도, 백인의 전유-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진실한 대화가 들어설 자리를 대체하는 경향이 있는 터다”(55). 유방암 투병으로 죽음의 위협을 실감한 후 그는 세간의 인종 차별로 인해 그동안 겪은 고통과 외로움을 남편과 온전히 나눌 수 없었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급기야 결별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결국 이혼하는 대신 부부 상담을 받지만 백인인 상담사도 외로움의 근원과 무게를 가늠하지 못한 채 문제를 사적인 차원에서만 이해한다. 참다못해 랭킨은 이렇게 묻는다. “하지만 제 남편도,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간에, 어쨌든 백인들의 미국에 속해 있지 않나요?”(103)
때로는 흑인 친구들과의 대화도 그를 한없이 우울하게 만든다. 어느 흑인 여자 친구는 네 살배기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투정을 부리다 교실 밖으로 쫓겨났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원장은 아이의 행동을 ‘폭력적’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폭력적이라니, 라고 친구는 연거푸 말한다. 네 살밖에 안 된 애한테”(215). 흑인 남성이 특히 폭력적이라는 뿌리 깊은 인종 차별적 가정이 어린이집 교사와 교장의 언행 배후에 똬리를 틀고 있음을 알면서도 친구는 아들을 ‘보다 좋은’ 어린이집에 전학시키는 식으로 대처한다. 거창한 근거를 대지만 사실은 문제 해결을 회피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친구의 모습에 랭킨은 속으로 “씨이이이이이앙, 져 놓고 이긴 셈 칠 수는 없는 거잖아요”(221)라고 생각하며 울분을 삼킨다.

독자인 우리에게 보내는 초대장이자
우리 안에서 대화와 면밀한 독해의 욕망을 일으키려는 시도
가끔은 정말로 대화가 벽을 허물고 상호 이해의 순간으로 인도하기도 한다. 한번은 비행기에서 드물게 편안한 백인 남자가 옆자리에 앉는다. 살갑게 대화를 이어 가던 중 남자는 “전 피부색은 보지도 않아요”라고 말하고 랭킨은 “인종을 볼 수 없다면 인종 차별도 볼 수 없을 텐데요”라고 답한다. 남자는 곧바로 자신의 실언을 인정한다. “나는 그가 현실이라고 주장하는 현실이 내 현실이 되지 않도록 맞섰다. 그리고 그런 순간을 내가 아무렇지 않게 넘기지 않아서, 짐짓 예의 바른 태도로 상대를 침묵하게 만드는 방식에 반기를 들 수 있어서, 그가 한세월 넋두리를 늘어놓는 일이 없어서 기뻤다. 그가 수동적인 태도로 나를 괴롭히지 않아서 기뻤다. 내가 처한 현실에 존재하는 혼란을 그가 받아들일 수 있어서 기뻤다”(69, 71). 얼마 후 그는 그 대화 후에 자신의 삶을 반추해 봤으며 평온하다고 생각해 왔던 삶 주변에 언제나 인종 차별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는 걸 잊고 살았다는, 잊고 싶었던 것 같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온다.
다른 일화에서는 가까운 백인 여자 친구와 재키 시블리스 드루리의 연극을 보러 간다. 연극 도중 한 등장 인물이 백인 관객은 무대 위로 올라와 달라고 요청하는데, 많은 백인이 당황하면서도 일어선 반면 친구는 끝까지 자리에 남아 있는다. 친구의 거부를 납득하지 못한 랭킨은 그와의 우정을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고 친구의 해명을 기다리다 더는 참지 못하고 왜 그랬던 건지 묻는다. 처음에는 가볍게 “그러고 싶지 않았어”라고 답하던 친구는 랭킨이 재차 묻자 그 자리에서 글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여 준다. “내가 느낀 당혹감, 피로감, 슬픔의 일부는 그런 요구가 다시 또다시, 그리고 또다시 찬란하고도 다급하게 제기되고, 그러면 많은 백인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거나 감정적으로 고양되는 흥분감을 느끼지만 결국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현실에서 비롯한 것 같아”(265). 흥미롭게도 대화가 이해에 이르는 일화들은 편지로 마무리된다. 좋은 대화란 대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내면에서 파장을 일으키며 대화의 순간만이 아니라 내 삶과 내게 배어 있는 태도와 가정 전체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일 터다.
그렇지만 이런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대화는 어김없이 실패한다. 예의 바른 침묵, 천진한 넋두리, 수동적인 공격이 난파한 대화의 조각이 되어 그와 함께 떠내려가며, 대화 사이사이에 경찰에게 목 졸리는 흑인,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각종 공간에서 (심지어는 자신이 예약한 호텔 방이나 자기 집에서조차) 쫓겨나는 흑인, 백인 경비원에게 내동댕이쳐지는 흑인 청소년, 공공 장소에서 백인에게 무시당하고 모욕당하며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당하는 흑인, 강제 수용소나 다름없는 구금 시설에 갇힌 미성년자 난민, 백인 우월주의를 공공연히 지지하며 흑인을 살해하기까지 하는 백인의 이야기와 이미지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끊임없이 랭킨을 괴롭힌다.
랭킨의 마음은 질식할 지경에 이른 지 오래다. 백인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그들이 듣고 싶지 않은 질문을 꺼내는 모습은 랭킨을 ‘킬조이’(분위기 깨는 사람)로 보이게 만든다. 그렇지만 그는 기꺼이 킬조이가 되려는 의지를 다지지도 않고, (처음에는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집요하게 질문을 이어 가 상대방이 죄책함이나 수치심을 느끼게 만들려 하지도 않는다. 그보다 훨씬 두드러지는 것은 랭킨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전투다. 그는 대화 중에, 그리고 대화가 끝난 후에도 백인 우월주의에 대한 분노, 미세한 차원에서 작용하는 차별과 편견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서운함, 타인의 선의를 꼬아서 받아들이는 자신의 옹졸함, 내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자기 의심에 맞서 싸워야만 한다. 대화를 통한 그의 백인성 탐구 과정이 그토록 집요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가 내면에서 요동치는 갖가지 질문과 감정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정면으로 직시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뼛속 깊은 절망으로 고통받는 그는 필사적인 심정으로 대화에 나서지만 버림받았다는 기분을 떨쳐 내는 데 실패한다. 이 실패 탓에 그는 곧잘 비관적인 기분에 빠지지만, 인쇄된 글의 형태로 그의 심정을 듣는 우리는 이상한 위안을 얻게 된다. 이는 아마도 랭킨이 내면의 소리에 정직하고자 하면서 그곳에서 벌어지는 대화에 우리를 초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랭킨은 시인 에리카 헌트가 내린 정의, 즉 “내가 나 자신을-미래에-더 발명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면밀한 독해”(109)가 자신이 생각하는 한에서 가장 실현 가능한 사랑에 관한 정의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에 대한 랭킨의 초대가 정확히 이런 성격을 띠고 있지 않을까. 랭킨의 대화는 많은 경우 실패하고, 가끔은 인종 분리 너머로 뻗어 나가며, 때로는 답을 찾지 못하고 공회전한다. 그렇지만 독자인 우리는 그 여정을 읽으면서 그러한 독해를 수행하고, 그럼으로써 랭킨과의 또 다른 대화에 참여하는 셈이 된다. 비관에 휩싸이면서도 “다른 미래를 향한 어설픈 욕망이 나로 하여금 어떤 테이블에든 앉아서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귀 기울여 듣고, 반응하고, 타인의 대답을 기다리게 한다”(423)고 말하는 랭킨은 독자들이 자신의 대화와 내면을 면밀히 독해하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냥 우리』는 그가 독자에게 보내는 초대장, 내 대화 시도는 실패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드러낸 심경을 읽고 헤아린 당신들이 각자 또 다른 대화를 시도하길 바란다는 요청이기도 하다. 그는 “대화는 말해진 것과 말해지지 않은 것을 흐트러뜨리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279)라고 말한다. 아마도 『그냥 우리』 읽기는 그 위험을 무릅쓰려는 욕망을 서서히 키워 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목차

만약에
(무)경계 공간 i
진화
레모네이드
양팔을 벌린

백인주에 관한 비망록
티키 횃불
백인 남성 특권에 관한 연구
키가 큰
사회 계약
폭력적인
소리와 분노
빅 리틀 라이즈
윤리적 외로움
(무)경계 공간 ii
호세 마르티
남자들이 원래 다 그렇잖아요
공모하는 자유들
미백
(무)경계 공간 iii

감사의 말
옮긴이 후기
이미지와 글 출처

도서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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