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번 계절이 바뀌고 세 번의 정권을 지난다.
남아 있던 한 사람이 기억하는 청와대의 풍경과 사람들.
책은 청와대 개방 이전의 시간을 담은 1부와 개방 이후의 변화를 기록한 2부로 구성되어 있다. 대통령과 함께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었던 이야기, 아름다운 샹들리에와 요리책이 있는 도서관, 온실과 잉어 연못 등 청와대 내부 공간의 디테일, 그리고 출입증을 벗고 마주한 개방 이후의 청와대까지. 각 장마다 청와대의 일상과 풍경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 촘촘히 담겨 있다.
저자는 세 번의 정권이 바뀌는 시간 동안 계속해서 청와대에 있었다. 그는 자신을 ‘대통령이 바뀌어도 남아 있는 가구 같은 존재’라 표현한다. 수많은 사임과 임명이 반복되는 동안, 문고리와 의자처럼 청와대 안에 있는 바뀌지 않은 가구들처럼, 그는 많은 사람이 머물다 떠난 청와대 안에 마지막까지 남아 그동안 본 것을 기록해 왔다.
『청와대 사람들』은 특별한 공간에서 보낸, 아주 보통의 날들에 대한 기록이다. 인터넷과 카메라가 없는 2G 업무 폰을 써야 한다거나, 대통령 이름으로 된 연하장을 받는 것처럼 특별한 일이 있는가 하면, 눈치 싸움와 조용한 동료애, 그리고 위로가 되는 점심시간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직장인의 하루도 있다. 청와대라는 배경 속에서 이 모든 풍경이 조금 다른 결로 펼쳐진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딱딱하고 권위 있는 공간으로만 여겨졌던 청와대가 조금 덜 멀게 느껴질 것이다.
가끔 너무나 당연해서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있다.
세상을 지탱하는 건, 늘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이 세상은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는 거야.”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에서 김장하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청와대도 그렇다. 매일 아침, 누군가 가장 먼저 불을 켜고, 회의실을 정리하고, 식물을 돌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국기를 다리고, 구내식당에서 요리를 하고, 매일 아침 연못 안 잉어의 수를 세는 사람들.
이 책은 그들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스포트라이트 뒤에 있는 그들의 얼굴을 차분히 비추며, 당연하게 여겨졌던 존재들의 무게를 되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