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특징
혼란스러웠던 시기, 우리 것을 지켜 나간 아이들의 이야기
《연지에 스민 꿈》은 지금으로부터 백여 년 전, 조선 후기에서 근대 초기로 넘어가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 세 편의 역사 동화로 이루어져 있다. 외세의 위협에 시달리다 끝내 나라를 잃었던 불운한 시절로 문학에서 자주 조명돼 왔다.
이 시기는 새로운 문물이 막 들어오던 때이기도 하다. 이런 혼란 속에서 우리 것을 지키기 위해 애쓴 이들이 있다. 바로 세 편의 이야기 속 주인공인 창이(〈남사당 으뜸 이야기꾼〉), 연화(〈연지에 스민 꿈〉), 현호(〈세상을 밝히는 이름〉)이다. 세 아이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주체적인 길을 개척해 나간다.
세 작품 속에는 그 시대 사람들의 삶과 기쁨, 아픔, 아름다움이 깊게 녹아들어 있다. 어린이 독자들은 이 이야기들을 따라가며 당시 사람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공감하는 한편, 역사적 배경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꿈과 희망, 그리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다
〈남사당 으뜸 이야기꾼〉에서 남사당패에서 발탈극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창이는 동네 아이들의 놀림과 차가운 시선을 받지만, 친구 소연의 응원 속에서 꿋꿋하게 버틴다.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발탈극을 이어 가기로 마음먹고, 처음으로 남들 앞에서 발탈극을 펼친다. 결국 사람들의 박수 속에서 첫 무대를 성공시키며, 남사당 으뜸 이야기꾼으로 한 발짝 내딛는다.
〈연지에 스민 꿈〉의 연화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어린 동생 송연을 돌보며, 어머니의 어깨너머로 배운 기술로 분과 연지를 만들어 장에 팔러 나간다. 먹고살기 힘든 형편 속에서도 버티던 연화는 방물장수가 청나라에서 들여온 연지를 팔자 생계를 위협받지만, 열과 성을 쏟은 연화의 연지가 결국 마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다. 연화의 손끝에 깃든 정성과 꿈이 곱게 피어난다.
〈세상을 밝히는 이름〉의 개똥이는 다리 밑 거지촌에서 인력거를 끄는 아무개형과 동생들과 함께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신사에게 ‘현호’라는 이름을 선물 받고, 자신도 글을 배우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된다. 이름이 생기자 세상이 다르게 보이고, 자신도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이제 현호는 이름처럼, 세상을 어질고 밝게 비추는 사람이 되기를 다짐한다.
창이, 연화, 현호…… 세 아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역사적 지식을 얻을 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간 아이들의 감정과 삶을 함께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고난을 이겨 내고 스스로의 꿈을 찾아 나아가는 용기를 자연스레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