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의 어둠을 걷어 내는 깨달음의 빛
《원각경(圓覺經)》은 단박에 깨치는 돈교(頓敎)의 법문을 담은 경전으로, 예로부터 보조 국사 지눌, 함허 득통 등 수많은 선지식들이 궁극의 가르침을 담은 ‘요의경(了義經)’으로 신봉하며 수행의 지침으로 삼아왔다. 전통 강원 교과목으로 채택될 만큼 불교 사상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 심오한 경전을 오랫동안 연구, 강의해 온 지안 스님이 명쾌하게 풀어낸다.
이 경전의 핵심은 ‘무명을 끊고 불성을 드러낸다(斷無明 顯佛性)’는 가르침에 있다. 경은 12명의 보살이 차례로 부처님께 법을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된다. 먼저 문수보살의 질문을 통해, 우리가 겪는 모든 번뇌와 고통의 근원인 무명(無明)의 정체를 ‘허공에 핀 헛꽃(空華)’에 비유한다. 눈병 난 이가 허공에서 헛꽃을 보듯, 중생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나’라고 착각하는 것이 무명의 실체이며, 이는 본래 생긴 곳도 실체도 없는 꿈과 같은 것임을 명확히 밝힌다.
그렇다면 이 실체 없는 무명은 어떻게 끊어 낼 수 있는가? 이어지는 보현보살의 물음에 여래는 ‘허깨비로써 허깨비를 닦는다’는 역설적인 수행법을 제시한다. 허깨비 같은 마음으로 허깨비 같은 경계를 멀리 여의려는 노력 또한 허깨비임을 깨달을 때, 모든 허깨비가 사라져 본래의 청정한 깨달음이 드러난다고 설한다. 이는 나무를 비벼 불을 일으키면 불이 나무를 모두 태우는 것과 같다. 《원각경》은 특별한 방편이나 점진적 차례 없이도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돈교의 진수를 보여 준다.
《원각경 강해》는 이처럼 깊고 오묘한 원각의 세계를 한 걸음씩 차근차근 안내한다. 경전의 구조를 따라 각 장의 핵심 요지를 명확히 짚어 주고, 난해한 비유와 가르침을 현대적 언어로 친절하게 해설한다. 이 책은 번뇌의 실체를 알고자 하는 이들, 그리고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찾고자 하는 오늘날의 모든 구도자에게 자신의 본래 면목을 비추는 밝은 지혜의 등불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