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멀리 있지 않았다.
사람 곁에, 삶의 바닥에서, 말없이 버티고 있었다.”
누구나 인생의 어느 순간, 법 앞에 서야 할 수 있다. 잘못을 저질렀든, 억울한 일을 당했든, 혹은 그저 너무 약했기 때문에. 그럴 때 당신 곁에, 법의 언어를 말해주고, 목소리를 대신 내줄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국선전담변호사, 누구도 주목하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존재들. 이들은 이름 없는 피고인들의 마지막 동반자이자, 침묵하는 헌법을 현실에서 실현하는 손과 발이다. 이 책은 화려한 수사나 감동적인 역전극 없이도, 그들 삶 자체가 곧 ‘헌법의 진심’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당신을 변호해야 한다. 그게 누구든, 언제든.”
책은 국선변호를 단순한 제도나 직업으로 다루지 않는다. 그것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마지막 권리를 인간의 얼굴로 실현하는 일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가 법전이 아닌 현실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현장이다. 국선전담변호사의 눈을 통해, 우리는 ‘헌법이 지키려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법의 진짜 무게가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변호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권리가 있다.
“그래도 헌법이 있다”라고 말해주는 사람들
국선변호를 맡는다는 건, 누군가의 삶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일이다. 한밤중 긴급체포, 통역조차 없는 재판, 고단한 생의 끝에서 혐의를 부인할 힘조차 잃어버린 이들. 저자들은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권리가 법 앞에서 얼마나 쉽게 무시되는지를 목격하며 변론을 이어간다.
책에서는 헌법이 어떻게 인간의 권리를 지탱하는지를 이야기한다.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처벌받지 않는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보장된다.’
그러나 이것이 누군가의 현실이 되기 위해선, 그것을 ‘끝까지 말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 끝자락에서 “그래도 헌법이 있다”고 말해주는 변호사들의 기록이다.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수많은 순간, 그 틈을 메우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헌법이라는 이름의 희망이 얼마나 처절한 싸움 끝에 현실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법정 현장의 연대기다.
“법을 지키는 사람은 누구를 위해 살고 있나요?”
그들은 국가를 대신해 싸운다. 하지만 국가는 그들을 외면하고 있다.
국선전담변호사는 헌법이 규정한 ‘모든 국민의 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실현하는 법조인이지만, 정작 국가는 이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 국가는 그들에게 재판을 맡기면서도 정당한 대우는 하지 않으며, 법정 밖에서 이들의 존재는 사회적으로도 조명받지 못한다. 사건 하나하나가 감정의 깊은 골절을 남기고, 생계를 유지하기에도 빠듯한 수당이 지급된다. 높은 이상과 치열한 현실 사이, 변호사들은 매일 벼랑 끝에서 균형을 잡으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헌법이 말하는 ‘국민’이라는 단어에 이름 없는 누군가가 포함되어 있기를, 권리의 조항 속에 단 한 사람이라도 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책은 그런 마음들이 쌓여 만들어낸, 조용하지만 단단한 정의의 얼굴을 보여준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헌법을 실천하는 ‘최전선의 시민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알리며,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법치를 말하려면 그들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법이 권리라면, 그 권리를 지키는 이들 역시 보호받아야 한다.
“헌법은 종이에 쓰는 것이 아니라, 사람 곁에 새기는 것이다.”
『헌법을 수호하는 악마의 변호사』는 단지 법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사람’의 이야기다. 헌법은 거창한 정치 이념이 아니라, 어떤 날엔 밥 한 끼처럼 절실하고, 또 어떤 날엔 조용한 말 한마디처럼 따뜻해야 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헌법을 말한다.
법을 배운 사람들이 아니라, 법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묻게 된다. “정의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그리고 작게 속삭인다. “헌법은, 당신 곁에도 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언젠가의 나를 위해, 이 책은 오늘 우리에게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분명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