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 깊은 성서학자의 성경 안내서
성경을 둘러싼 핵심 물음들과 현대적 통찰의 만남
그리스도교인에게 성경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교파를 막론하고 자신을 그리스도교인으로 고백하는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성경을 진지하게 여긴다. 하지만 막상 이 책을 집어 ‘들어’ 읽으면 당혹감이 들기 쉽다. ‘하느님의 말씀’, ‘거룩한 말씀’이라 하기에는 오늘날의 지식 체계에 비추어 보았을 때 난점이 있는 듯 보이는 구절들도 있고, 같은 사건을 다르게 기술한 부분도 있으며, 오늘날의 감수성과 충돌하는 표현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독자들은 본문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것을 정말 믿어도 되는가? 이것을 이렇게 읽어도 되는가?
“누가 성경을 썼을까?”, “성경 본문에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는가?”,
“왜 성경은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반복할까?”, “성경은 문자 그대로 해석해야 하는가?”,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와 과학은 어떤 관계일까?”, “하느님은 자연재해를 일으키시는 분인가?”,
“율법은 오늘날 그리스도인에게도 여전히 적용되는가?”, “성경의 하느님은 사람들을 벌하시는가?”,
“성경 속 폭력은 무엇을 말하는가?”, “성경은 어떻게 권위를 지니게 되었는가?”,
“‘하느님의 영감으로 쓰였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
“성경의 어떤 부분들은 다른 부분들보다 더 중요한가?”
『들어라, 거룩한 말씀을』은 영미권을 대표하는 구약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테렌스 프레타임이 이와 같은 질문들에 응답한, 짧지만 깊이 있는 성경 입문서다. 그는 오랜 시간 루터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성경, 그 독특한 세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물음과 하느님의 응답을 함께 사유해왔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그의 신학적·학문적 작업의 응축이라 할 수 있다. 프레타임은 성경을 질문으로 가득 찬 책, 고통의 말과 신뢰의 말이 엉켜 있는 생생한 대화로 제시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지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 아니라,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리스도교 신앙이 성경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지를 묻는 책이다. 그 신뢰는 무비판적 복종이나 문자적 수용이 아니라, 질문을 품은 채 머무르는 신앙의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프레타임은 말한다.
각 장마다 그는 실제로 독자들이 성경을 읽으며 가질 법한 질문을 제시하고, 그것에 대한 응답을 성경 본문 자체에 기초해 사려 깊게 이끌어낸다. 시편, 욥기, 예언서, 복음서, 바울서신 등 성경 전체를 포괄하면서도, 각각의 전통과 문학 형식을 섬세하게 구분하며 해석의 다양성을 존중한다. 성경의 폭력, 하느님의 통치, 창조와 과학, 환경, 신성, 율법, 권위 등 민감한 주제들에 대해서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답한다. 이는 그가 단순한 해답을 제공하는 데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스스로 질문하고 응답하며 믿음 안에서 해석해가도록 돕는 데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증거다.
성경에 관한 입문서는 많다. 신학적으로 정통한 책도 있고, 목회적으로 유용한 책도 있고, 학문적으로 깊이 있는 책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을 고루 갖춘 책은 많지 않다. 프레타임의 이 책은 단단한 성서학적 기반과 깊은 신학적 통찰, 공동체를 향한 따뜻한 배려와 겸손한 목회적 시선까지 갖춘 드문 입문서다. 성경이 신앙의 중심에 자리하지만 오히려 성경 때문에 신앙에 갈등을 겪는 이들에게, 이 책은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한다. 성경은 ‘닫힌 경전’이 아니라, 지금 여기를 향해 다시 말 걸어오는 살아 있는 언어라고. 『들어라, 거룩한 말씀을』은 우리를 그 목소리 앞에 서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