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던 사람에서 남들과 함께하는 사람이 되는 이타심 안내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말로 유명한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블레즈 파스칼은 이런 말을 했다. “자기에게 이로울 때만 친절하고 어질게 대하지 말라. 항상 친절하고 어질라. 왜냐하면 그 친절과 인자함이 그대로 자신에게 따스한 체온이요, 힘이요, 빛이기 때문이다.” 이를 한마디로 줄이면 ‘이타주의’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타주의란 무엇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사랑을 주의로 하고 질서를 기초로 하여 자기를 희생함으로써 타인의 행복과 복리의 증가를 행위의 목적으로 하는 생각. 또는 그 행위.’라고 정의되어 있다. 저자인 니콜 칼리스는 외로움과 불안의 증상을 견디지 못해 찾아간 인도에서 커다란 인생 교훈을 하나 얻게 된다. 바로, 때로는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보다 타인을 돕는 게 건강과 행복에 이롭다는 깨달음이었다. 미국의 자기돌봄 산업이 끊임없이 던져 온 메시지와는 정반대였다.
이를 계기로 저자는 위기 상황 또는 위기가 아닌 평소에도 타인을 위해 더 베풀고자 하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지, 서로 돌봄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앞으로 다가올 전 세계적 위기에 대비하는 데 더 필요한 것은 아닌지, 어쩌면 현대의 자기돌봄이 오히려 또 다른 형태의 개인주의로 변해 우리를 해치는 것은 아닌지 등의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난 10년간 신경과학자, 의사, 사회학자, 심리학자, 재난안전 연구가들을 인터뷰하고 관련 연구를 찾아본 결과가 바로 이 책 《다정한 세계를 위한 공부》이다.
“다정함은 나누는 순간 더 강한 힘이 된다”
이타심이 만드는 건강한 연결의 힘
2018년, 학술지 《감정(Emotion)》에 한 공동 연구가 발표되었다. 이 연구진은 실험 참여자들을 세 집단으로 나눈 뒤, 한 집단은 무작위 친절 행위를 실천하게 하고, 다른 집단은 친절을 받게 했으며, 세 번째 집단은 단순히 친절을 목격하도록 했다. 세 집단 모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단순히 친절을 목격한 사람들 역시 외로움과 우울감이 줄어들었고, 긍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경험했다. 이처럼 타인의 친절과 돌봄을 목격할 때 느끼는 감정을 ‘도덕적 고양감(moral elevation)’이라 부른다. 타인의 선하고 도덕적인 행동을 목격할 때 나타나는 정서적 반응을 뜻한다.
이를 두고 그레이터 굿 사이언스 센터의 과학 책임자인 에밀리아나 사이먼-토마스 박사는 “우리 신경계는 도덕적 경험을 쾌감으로 인식하고, 다시 다가가고 싶거나, 계속 이어가고 싶거나, 직접 해 보고 싶은 경험이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우리는 초사회적 종입니다. 우리가 지닌 도덕적 소질, 곧 공정함과 형평성, 정의에 대한 올바른 기준은 우리 신경계 깊숙이 각인되어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책 곳곳에 우리가 남을 도울 때 느끼게 되는 소속감, 누군가와 함께할 때 상쇄되는 불안·슬픔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 자원봉사를 자주 하는 사람일수록 건강하다는 증거 등이 차곡차곡 채워져 있다. 또한, 병원에서 약 대신 처방하는 자원봉사, 개인의 삶만 돌보던 웰빙에서 벗어나 연결감까지 채우는 웰니스 사업, 부정적인 뉴스만 가정한 세상에서 완충재가 되어 줄 나이스 뉴스 플랫폼들의 탄생까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회가 천천해 변해가는 방향과 그 지향점을 보여 준다.
타인에게 베푸는 일은 결국 스스로에게 베푸는 일이다. 타인을 위해 실천하는 선함은 결국 필연적으로 개인의 건강과 사회 전체의 건강을 증진하고, 우리 모두가 회복탄력성을 기르도록 돕는다. 희망이 곧 회복탄력성이기 때문이다. 혼란하고 서로를 경쟁 상대로만 보던 현대 사회가 드디어 공감과 연대 등을 통한 연결과 이타심에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앞으로 개인이 나아갈 삶의 방향과 더불어 사는 것의 중요성,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는 길로 가기 위한 여러 방법을 만나보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