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시는 사소한 것들의 울림을 놓치지 않는다. ‘아무리 방망이를 휘둘러도 / 제 맘대로 안 되는 손톱만 한 그것’(「민들레」)처럼, 보잘것없는 감정에도 애틋한 시선을 담아낸다. 때로는 ‘삶은, 달걀이다’(「神의 방귀 냄새를 맡다」)라고 선언하며, 위악과 유머의 경계를 넘나들고, ‘폭죽처럼 난무하던 자두를 탕진하면 / 사뿐하게 돌아와’(「외출」)라는 구절에서는 삶의 리듬과 감각을 예민하게 복원한다.
이 시집은 마치 갓 해동된 그림자가 몸을 덮는 순간처럼,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낯선 감정의 기척이 느껴진다. 윤미경은 말없이 짐을 지운 듯한 등에 ‘꽃씨가 있어 / 꼬물꼬물 뜨겁게 파고드는 실뿌리’(「의자 위로 앉은 위로」)를 심는다. 그렇게 시는 독자의 내면 어딘가를 조용히 틔운다.
『의자 위로 앉은 위로』는 삶을 찬찬히 바라본 보고서이자, 여전히 야생인 채 살아가는 우리 마음에 건네는, 무심한 듯 다정한 손길이다. 툭툭 부딪히고, 묵묵히 스며들다 끝내 체온을 나누는 이 시편들은, 우리 각자의 그림자에게 속삭인다. “나는, 나를 사랑해”(「마침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