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다스리고 나를 바로 세우는 성장 동화
초등 로맨스 『마이 가디언 2 : 우리는 사랑일까』
베스트프렌드의 무시무시한 가스라이팅을 그린 『마이 가디언』으로 K-현실 동화의 저력을 보여 준 이재문 작가가 이번에는 설레고 풋풋한 초등 로맨스로 찾아왔다. 더 자세히는 ‘6학년의 연애’ 이야기다. 마지막 초등 시절을 겪고 있는 6학년들은 연애를 어떻게 생각할까? 어떤 연애를 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즐거움과 어려움을 겪을까? 『마이 가디언 2 : 우리는 사랑일까』는 이런 자문에서 시작되었다.
작가는 왜 K-현실 동화 두 번째 소재로 사랑을 이야기했을까? 자신을 희생하는 고고한 사랑만이 사랑일까? 아주 가벼운 호감은 사랑이 아닐까? 편하게 웃고 떠들 수 있는 감정이 사랑일까? 찌릿하게 전기가 오지 않으면 사랑이 아닐까? 작가는 어린이들이 사랑의 감정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작품을 썼다. 이 작품을 읽고 내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 정의하고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지 골똘히 생각해 보자. 좀 더 유연하게 내 감정을 다스리고 나 자신을 바로 세우는 힌트를 얻을 것이다.
달착지근하고 싱그러운 첫사랑은
다시 나의 가디언이 될 수 있을까?
작품 속 바름이는 홀린 듯 태하를 자꾸 바라본다. 그런데 어느 날, 태하에게서 고백을 받는다. “네가 좋아!”라고. 그때부터 바름이는 더 나는 내가 되고 싶어진다. 자신이 태하와 더 잘 어울렸으면 좋겠다. 그 애만큼 멋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태하의 친구들에게 잘 보였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태하가 나에게 멋진 사람이라고 말해 줘서 기뻤다. 이렇듯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나 자신을 더 괜찮게 가꾸고 싶게 한다. 그래서 바름이는 태하가 ‘나의 가디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정작 태하와 연애를 시작하면서 바름이는 다양한 문제에 맞닥뜨리고 혼란에 빠진다. 서로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게 다른데 어떻게 맞춰야 할까? 스킨십은 어느 정도 허용해야 할까? 커플 데이트를 해도 될까? 태하의 여자사람친구에게 느끼는 이런 신경 쓰임이 질투일까? 질투가 맞다면, 이 감정은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안 그래도 이런저런 생각으로 마음이 서걱거리는데 비밀이 드러난다. 알고 보니 “네가 좋아.”라고 했던 태하의 고백이 거짓이었다! 바름이는 엄청난 배신감을 느낀다. 그런데도 여전히 태하에게 눈길이 간다. 귀를 꽉 막아도 태하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직도 태하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 바름이는 생각한다. 이토록 미련이 남는데, 우리 다시 풋풋했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태하는 과연 다시 나의 가디언이 될 수 있을까?
반짝반짝 빛나는 나의 가디언
네가 아니라 바로 나!
『마이 가디언 2』는 부제처럼 바름이와 태하에게 질문한다. 우리는 사랑일까? 몽글몽글하고 풋풋한 감정은 당연히 소중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 감정에만 치우치지 않는 바름이를 보여 줌으로써 난생처음 겪는 이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고 나 자신을 바로 세울 수 있는지 알려 준다. 사과하는 태하에게 바름이는 말한다. “너무 쉽게 만나는 연애는, 난 못 하겠어.”라고. 이처럼 이 책은 읽는 10대 독자에게 바름이가 되어 원하는 사랑을 그려 보게 한다. 그 사랑이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면 아직은 때가 아니니 뿌리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보여 준 것이다. 바름이는 태하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줘서 고마웠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바름이는 이제 첫사랑 태하로 인해 혼란스러워하지 않는다. 연애에 실패했어도 좋은 추억을 선물 받았다. 많은 걸 배웠다. 꼭 이성이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걸 더 열심히 하다 보면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라는 믿음도 생겼다. 그래서일까? 좋아하는 책을 빌리기 위해 도서관에 갔을 때, 태하를 마주쳤는데도 마음이 편하다. 이제는 알 것 같다. 열세 살, 반짝반짝 빛나는 나의 가디언은 태하 네가 아니라 바로 나라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걸 더 열심히 하다 보면 더 깊이 있게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겠지? 지금은 나의 가디언이 나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값지다.
바름이, 또는 태하에 나 자신을 대입하며 『마이 가디언 2』를 읽어 나간 10대 독자들은 결론에 이르러 깨닫는다. 그 누구도 나의 가디언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 나의 가디언은 바로 나다. 이처럼 『마이 가디언 2』는 명확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 성장 동화다.
줄거리
나는 하늘초 방송반 황바름이야. 〈금요일에 만나요〉 DJ이지. 오늘은 멘트를 하다가 그만 방송 사고를 내고 말았어. 우연히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축구하고 있는 신태하가 눈에 들어오잖아! 발개진 얼굴로 공에 집중하고 있는 태하의 모습을 홀린 듯 바라보느라 30초나 아무 멘트도 안 했어. 나 진짜 미쳤나 봐. 정신을 차리고 급하게 가디언스의 ‘우리는 사랑일까’를 틀었어. 방송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의 베프 윤슬이와 정아가 대체 왜 그런 거냐고 캐물어. 말할 수 없어. 태하 때문이라고.
태하에게서 나는 비누 냄새가 향긋해. 나와 함께 문제집을 풀며 반달이 되어 가는 눈매도 귀여워. 태하만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심장이 뛰어. 그런데 그런 태하가, 자꾸 나만 보게 된대. 계속 신경 써도 되냐고, 내가 좋대! 드디어 나도 솔로 탈출? 마냥 기쁠 줄 알았는데 자꾸 마음이 오락가락해. 아직 열세 살, 초등학생인 우리가 느끼는 이 감정은 사랑일까? 사귀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