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익숙한, 그래서 모르는 간호사들 이야기
응급실에서 병동까지 병원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한 공간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서 모르는 공간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병원에 입원한 경험 등이 있지 않으면, 특히 종합병원 규모의 큰 병원을 익숙하게 알기는 어렵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대부분 ‘의사’들이 주인공이라, 이들을 제외한 다른 직업군에 대해서는 ‘피상적’으로 보여질 뿐이다.
이 책은 ‘남자 간호사’들의 이야기이자, ‘간호사’들의 이야기다. 응급실에서 병동까지, 그리고 중환자실이나 수술실 등 특수파트로 호칭되는 여러 분야의 병원 이야기를 간호사의 시선으로 담았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 익숙해질 틈이 없는 응급실 이야기로 이 책은 시작한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가고 싶지 않은 곳의 대표적인 파트가 응급실이 아닐까. 응급간호팀에서 일하는 세 간호사는 꼭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번뜩 드는 ‘응급 상황’이 일상이다.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으로 응급실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 속에서 이들 세 간호사는 ‘간호사’라는 직분과 ‘남자’라는 성별이 교차하는 가운데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간다.
병원이라는 공간은 그 특성상 모든 파트의 모든 장소가 가슴 아픈 장소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그 가운데에서도 ‘특별한’ 곳이 있다. 바로 아기들이 있는 곳이다. 신생아과, 어린이병원, 중환자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곳 간호사들은 아픈 아이들에게는 부모와 같은 존재들이다. 이곳에는 ‘남자 간호사’ 따위는 없다. 한때나마 아이들의 엄마이자 아빠인 ‘간호사’들이 있을 뿐이다. 인큐베이터 속에서 가냘픈 숨을 헐떡이는 신생아부터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이는 아이들을 그야말로 사랑과 정성으로 돌보는 이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다음으로는 대형 병원에서 가장 익숙한 장소인 병동 이야기다. 외래간호팀, 입원간호팀, 암병원 입원간호팀 등에서 여러 환자를 밤낮 돌보는 간호사들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면, 병동 간호사들은 아픈 사람을 대해야 하는 숙명에 놓인 이들이다. 특히 이곳에서 일하는 남자 간호사들은 ‘간호사는 여자라는 편견’에 자주 노출된다. 여러 돌발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운데 의료인으로서의 전문성과 사람에 대한 예의를 놓치지도 말아야 한다. 응급실 등에 비해 일견 ‘평온’해 보이는 병동은, 그런 의미에서 ‘병원의 최전선’이다.
그런가 하면, 병원에는 일반인이 잘 모르는 특수파트 또한 많다. 장기이식센터가 대표적이다. 한 사람의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일이 어떠한지는 생각만으로는 알기 어렵다. 다만 무척 위험하고 고귀하고 촌각을 다투는 일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그 짐작을 이식지원팀 간호사가 담담히 들려준다. 그의 담담함은 어떤 메디컬 드라마보다 생동감 있고 감동적이다.
또한 수술임상전담간호사와 마취회복파트의 간호사가 수술과 관련한 간호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수술실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익숙한 공간이지만 아무도 경험하지 않고 싶은 공간이다. 다른 공간보다 온도가 낮은 이곳에서 생명에 대한 애정과 직업적 소명의 불꽃을 따뜻하게 피워 올리는 두 간호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들 ‘남자 간호사’들의 이야기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녹아 있다. 누구 하나 쉬운 인생이 있을까마는, 이들의 이야기는 뜻밖의 결정일지라도, 혹은 뒤늦은 선택일지라도 열정과 애정으로 하루하루를 채운 사람의 삶은 빛날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일깨워준다. 그들은 ‘남자’라서가 아니라 ‘간호사’라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