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커피, 한 조각 사랑
윤재경의 시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
시인은 말한다. “커피는 사랑입니다. 당신이 커피고, 커피가 바로 당신입니다.” 진심이 고스란히 담긴 문장이다. 윤재경의 시집 『지금 이 순간 사랑』은 단순한 사랑의 노래를 넘어, 커피라는 일상적 감각을 통해 관계의 온도, 존재의 향기, 시간의 밀도를 천천히 우려낸 감성의 기록이다.
책장을 펼치면 가장 먼저 반겨오는 건 ‘커피향이 스며든 순간’이다. 커피에 대한 수많은 비유들은 곧 사랑에 대한 다채로운 고백으로 이어진다. 커피는 “생각이 아니라 느낌”이고, 사랑도 “둘이 하나가 되는 느낌”이라 말하는 시인의 감각은 우리를 다시 한 번, 감각의 본질로 데려간다. 『지금 이 순간 사랑』은 그 이름처럼,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에 주목하며, 그 안에서 피어나는 관계와 감정을 말없이 끌어안는다.
시의 구조는 총 세 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은 사랑의 감각적 출발인 ‘커피’를 매개로, 감정의 발현과 몰입을 서술한다. 2장에서는 사랑의 파편들을 노래하고, 3장에서는 인간 내면의 평안과 인생 후반전의 철학적 성찰까지 확장된다. 모든 시편은 노래가 되기도 하고, 영상이 되기도 한다. 각 시의 말미에 삽입된 QR코드는 독자를 블로그와 유튜브로 이끌며, 텍스트 너머의 울림을 청각과 영상으로 확장시킨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시집이 ‘사랑’이라는 주제를 단지 낭만적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랑은 단순히 누군가를 향한 감정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태도, 지금 여기에서 나를 들여다보는 용기이자, 곁에 있는 사람을 더 깊이 바라보는 시선이다. “나의 첫사랑은 지금 이 순간 다시 시작된다”는 선언처럼, 윤재경의 시는 사랑의 무게를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의 감각으로 환기시킨다.
『지금 이 순간 사랑』은 시인의 영상 작업, 노래 작업, 그리고 가족을 향한 깊은 마음이 겹겹이 녹아 있는 시집이다. 이것은 기록을 넘어서, 딸에게 남기는 유산이자, 손녀에게 전하는 시간의 흔적이며, 모든 독자에게 건네는 한 잔의 따뜻한 커피 같은 시집이다.
삶이 너무 바빠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 사랑이 익숙해져 특별함을 잃은 이들에게, 윤재경의 시는 조용히 말해준다.
“지금 이 순간, 사랑하자. 그게 우리에게 가장 진짜인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