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수승 시인의 시적 감각은 추억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현대를 운용하고 현실을 직시하는 시적 감각이 추억의 경우 보다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의 시에서는 사물을 깨닫는 감각 이전의 시력이 건강하고 그 어울림의 영상이 매우 명쾌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시의 길이란 끝이 없다. 끝이 없기에 만족감도 없을 것이다. 한 편 한 편 시를 쓰면서 느끼는 흡족함은 더러 있을지라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정상의 만족함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시인은 시를 써야 한다. 그렇다. 할 말은 해야 한다.
----- 김용재(시인,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주로 사소한 것들, 작은 것들 위에 눈길을 두고 있는 것이 노수승의 시들이다. 그의 시에 포착되어 있는 이러한 것들에는 시인의 차마 어찌하지 못하는 마음이 깊이 머물러 있다. “쓰레기 산에서 주운 토끼 인형을 빨아 말”(「나디아의 산」)린 뒤 서로 갖자고 다투는 나디아와 동생에게 보여주는 시인의 관심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시들은 조금은 낯설고 조금은 새로운 세계를 지향한다. 이들 세계를 추구하기 위해 그는 과감하게 외래어를 사용하기까지 한다. 스노우볼, 미어캣, PVC타일, 바깔라, 카멜레온, 백패킹, 도나우, 코커스패니얼, 포메라니안 등의 바로 그것이다. 이들 외래어는 그의 시를 새롭고 낯설게도 만들지만 이국적이게도 만든다. 되도록 현대성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 그의 시이지만 이들 이국적인 분위기는 아무래도 현대적인 것이기보다는 낭만적인 것이다. 그의 시가 여전히 독자들을 불러내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여기서 말하는 낭만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의 시가 객관적인 풍광을 노래하면서도 주관적인 여과를 잃지 않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이는 잘 알 수 있다. 그만큼 자기 세계의 실현에 충실한 것이 그의 시라는 것이다.
----- 이은봉(시인, 광주대 명예교수, 대전문학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