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무 시인의 시집 『정다운 무관심』이 시작시인선 0533번으로 출간되었다. 주요 시집으로는 『고독의 능력』 『섣달그믐』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슬픔은 어깨로 운다』 『한 사람이 있었다』 등이 있다. 시인은 윤동주문학대상, 소월시문학상, 유심문학상, 이육사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재무 시인은 시력 40여 년을 넘긴 대가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간 끊임없는 내적 성찰을 통해 자신만의 문학적 지평을 넓혀 왔다. 그동안 농경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생태적 서정성을 견지해 왔다고 평가받아왔다. 1980년대 농경적 상상력과 리얼리즘으로 시작하여, 1990년대 몸과 생태에 대한 새로운 발견 과정을 거쳐, 2000년대 이후 존재론적 성찰과 인식의 확장이라는 경로를 통해, 시인은 서정의 모험을 지속해 오고 있다.
이재무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보여준 새로운 작품 세계는 우주적 소리풍경과 깨달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찬제 평론가의 말처럼 “귀가 열렸기에 ‘별들이 켜는 우주 음’을, 그 우주적 소리풍경(soundscape)을, 번뜩 깨달음을 얻는 이피퍼니처럼 형상화하는 시인으로 거듭”난다. 그리하여 이재무 시인은 “창공의 뭇별들과 별들을 밝게 하는 어둠을 비롯한 우주 도서관의 여러 책을 읽고 감응”한다. 결국 이러한 시인의 내밀한 감수성은 생태학적 상상력으로 세상의 물질과 존재들에게 생기를 부여하고, 이는 다시 새로운 시적 사유와 상상력을 유목민의 길에서 길어 올리기에 이른다. 그는 정겨운 유목민 시인이다. 정겨운 유목민으로서 “한바탕 농담”(「농담」)에서 “불편했던 마음”(「인연」)을 거쳐 “측은지심”(「사람이 미워지면」)에 이르기까지 정다운 소리를 다양한 빛깔로 빚어내면서 시인의 넉넉한 품격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