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미움, 만남과 헤어짐, 생(生)과 사(死), 전생과 내생, 다른 차원 간의 단절은 정녕 피하지 못하는 운명인 것인가? 어떤 이유나 속성으로 그리 되는 것일까? 뚫거나 헤쳐서 혹은 이음을 만들어 소통하고 왕래할 수는 없을까?
생과 사, 혼령과 육신, 마음과 마음, 시간과 시간을 막아서서 공포, 두려움, 안타까움, 어긋남 등으로 관계를 불연(不連)케 하는 것은 무엇일까? 영혼과의 관계를 소재로 하여 그들 사이의 연결되지 않는 소통, 바람, 사랑 그리고 그것들이 서로 비껴야만 하는 불연(不連) 속성(屬性)의 원천에 관한 판타지 글을 쓰고자 했다.
그런 소재는 그동안 알고 믿어 오던 것들과 달리 생소함이 있어 그에 따른 전개 또한 역발상적인 것이 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자칫 어쭙잖은 소설이 될 수도 있을 거라 그만 두라는 권고를 받았었다. 실제 가능한 서사라고는 하지만 딱히 그러하리라는 뒷받침될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얼핏 보아 흔히들 들먹이는 혼령을 소재로 한 진부함이 보이기도 하고, 판타지에서 으레 등장하는 외계니 다른 생명체니 하는 것들이 예외 없이 나타나 보이리라는 앞선 걱정 탓이었으리라 싶다.
솔직히 그런 만류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고집을 꺾지 않은 저변에 어떤 특별한 까닭이나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저 어눌한 생각에 흥미 면에서는 공감대를 조금 더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알량한 기대와 AI의 시류를 타면 허구적이고 공상적인 것이라고 해서 다 같은 부류로 취급되지는 않을 게라는 일종의 반발 같은 나름의 고집이었다. 그러니까 이 글은 처음에는 소설로서의 기획이 아니라 전설 같은 우화였다는 것을 밝힌다는 것이 너무 장황해진 것 같다.
가끔은 누구나 자신이 미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꽤나 오랫동안 머리를 괴롭혔던 것 같다. 미쳐 버려서 세상의 혼돈에서 벗어난 채 저만의 사고 속에서 행동하며 지내고 싶은 생각이 든 적이 없는가? 솔직히 요지경 삶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든 한 구석으로 스스로 자신의 혼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바람이 뒤죽박죽 엉켜 줄거리를 이어 가고자 급급해하는 졸렬함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걱정은 순서나 전개가 얽혀 독자들에게 이 글이 세상을 대하게 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또한 자칫 혼돈으로 빠져 들게 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하지만 어떠랴! 그렇게 미친 것 같이 혼돈해져 보아야 맑은 사고의 가치를 헤아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니. 또한 이 소설에는 얼마간의 종교적, 정치적 이야기가 있는데 이것 역시 전적으로(?) 그럴 수 있겠구나 추측하고 가공한 것이니 혹시 어떤 색깔론적인 의도가 깔려 있지나 않나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길 바란다.
〈이하 생략〉
- 〈책머리에〉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