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온 세상이 어쩌면 가짜일 수도 있다.”
《스키조프레니아》는 이 단 하나의 감각을 독자의 뇌리에 각인시킨다.
이 작품은 모든 것을 말해주는 친절한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한 이야기를 따라가며 독자에게 스스로 해석하고 판단할 것을 요구한다.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흔히 말하는 ‘신뢰할 수 없는 화자’다. 즉, 그의 말과 시선이 전부 진실일 거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인물이다. 자신이 본 것, 느낀 것, 기억하는 것들이 과연 사실인지 알 수 없고, 독자는 그의 말 너머를 의심해야 한다.
주인공의 일상은 기억의 조각들, 알 수 없는 공포, 현실과 환상의 뒤섞임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자꾸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지만, 어디로 가는지도 확실하지 않고, 왜 그 길을 걷는지도 설명하지 않는다. 이야기의 흐름은 단선적이지 않으며, 명확한 원인과 결과 없이 흘러간다. 그 결과 독자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품게 되고, 점점 더 ‘의심하는 자’로 바뀌어 간다.
《스키조프레니아》는 단순히 병리적인 정신 상태를 묘사하는 소설이 아니다. 이 소설이 그리는 것은 진실에 대한 의심, 그리고 자신이 발 딛고 있는 현실조차도 허구일 수 있다는 불편한 자각이다. 그것은 주인공만의 고통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감각이다. 어느 날, 익숙한 세상이 낯설게 느껴질 때의 그 소름끼치는 순간 말이다.
작가는 명확한 설명이나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이야기의 조각들은 흩어져 있고, 어떤 것은 의도적으로 지워져 있다. 그 공백을 해석하는 몫은 온전히 독자에게 맡겨진다. 독자는 이야기 속 단서와 문장들 사이를 유영하며 ‘진짜 이야기’를 조립하게 된다. 그 과정 자체가 이 작품의 독서 경험이다.
《스키조프레니아》는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이 세계가 진짜라고 믿을 수 있는가?”
그 물음 앞에서 우리는 비로소, 이 소설이 우리 안에 만들어 놓은 균열을 실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