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지배와 폭력의 뿌리를 살핀 현대 사상가들의 다양한 동물론을
비판적 시각에서 파헤치다
호주 시드니대학교 인권 및 사회법학과 교수인 저자 디네시 J. 와디웰은 『동물과의 전쟁』에서 인간에 의한 동물 지배의 근원에 무엇이 있는지 그 근저를 살핀다. 동물에 대한 철학자들의 논의를 따라오다 보면 특히 인간다움과 동물의 규정에 대한 문제적 해석을 통해 인간이 동물에 대한 자신들의 폭력을 합리화해 온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인간이 저지르는 폭력과 그렇게 해도 될 권리를 구성하는 주권이라는 것이 어떤 방식으로 정당화되었는지는 그런 점에서 이 책의 핵심 테마가 된다. 저자는 이런 통찰을 바탕으로 인간에 대한 다양한 비판 이론을 전개했던 현대 철학자들의 논의를 소개하고 동물에 대한 인간의 폭력을 새롭게 해석하며 비판적 동물 연구의 기초 틀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상가/철학자들, 즉 아리스토텔레스, 홉스, 로크, 하이데거, 마르크스, 클라우제비츠, 푸코, 아감벤, 음벰베, 에스포지토, 해러웨이, 도널드슨, 킴리카, 데리다 등 상이한 사상을 전개한 학자들을 종횡무진 비판적으로 독해하며, 저자는 이들의 사상을 한 줄기로 엮어 우리가 동물에 대한 전쟁을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 밝혀 준다. 이는 마지막에는 특히 당연시해 왔던 우리의 주권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지며, 데리다가 말한 인간 주권의 어리석음과 그에 기반한 동물에 대한 전쟁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동물권 논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어리석음과 주권의 폭력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그에 대한 저항으로서 “대항품행”을 어떤 방식으로 실천해 나갈 것인지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다.
동물해방을 넘어 인간해방까지 나아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탐구하다
이 책은 동물의 해방에 대해서만 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한 인간의 해방까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여러 생각거리를 던져 준다. 인간이 그 원인인 여러 복합적 위기가 모두를 위협하는 지금, 위기를 사고하기 위한 틀로서 새롭게 부상한 포스트 휴머니즘이나 신유물론, 환경 인문학 등 다양한 사상 및 이론들을 이해하는 데 이 책은 특히 인간의 권리가 지닌 폭력을 명확하게 우리에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 동물에 대해 다룰 때 가장 많이 회자되는 동물 권리론 입장에 대한 대안적 사고방식을 제공해 주어 동물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히려 할 때, 새로운 통찰의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해 이 논의는 동물론뿐 아니라 새로운 비판적 이론의 재료가 될 수도 있다. 독자들은 자본주의의 체제의 모순과도 엮여 있는 이 만연한 폭력에 대한 “대항품행”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과 동물, 쌍방의 해방을 목표로 하는 사회정의의 전망을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많은 영감을 준다.
와디웰은 인간의 동물 지배의 연원을 인간의 걸맞은 자격과 능력이 아닌 단순한 우발성으로 설명한다. 더불어 근거 없이 전제된 인간 주권을 문제 삼지 않고 전개되었던 지금까지의 동물 윤리, 동물권, 동물 철학 담론을 해체한다. 와디웰의 주장대로 인간의 동물 지배가 인간의 역량이 아니라 힘에 의한 어리석은 주권의 주장일 뿐이라면, 그 주권을 와해시키면 안 될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반대로 동물에게 그러한 주권을 내주지 않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_ 옮긴이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