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의 제목과 같은 첫 번째 단편 〈희망의 랩소디〉는 이 책의 정서와 주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작품은 나이가 든 주인공이 캠퍼스를 오가며 젊은이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일상 속에서 시작된다. 우연히 축구장에서 만난 여대생 서현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게 된 그는, 이후 인생의 아픔을 견디고 있는 민지와 서현을 연결해 주며 두 사람 사이에 조심스럽게 다리를 놓는다.
민지는 주인공이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학생으로, 병든 할머니를 돌보며 칼국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까지 당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그녀는 “죽이고 싶다”는 말을 할 만큼 감정의 밑바닥에 놓여 있다. 그런 그녀 곁에서 주인공은 조용히 위로의 말을 건네고, 희망, 그 자체로 볼 수 있는 인물인 서현은 민지의 일에 관심을 보이며 자발적으로 곁을 내어 준다.
이 작품은 세 인물-노년의 주인공, 상처 입은 민지, 불안한 청춘 서현-이 서로를 통해 조금씩 회복해 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희망은 마음의 태양”이라는 대사처럼, 이 소설은 각기 다른 어둠 속에 있는 사람들이 작은 온기를 나누며 삶을 견뎌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 준다.
《희망의 랩소디》는 거창한 결말을 보여 주기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작고 조용한 연결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될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전한다. 절망 속에서도 여전히 희망을 붙드는 것, 그리고 누군가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용히 말해 주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