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함이 아닌 실천가로서의 이병욱 시인은, 그의 곁에 있는 사람, 사물, 혹은 그가 몸을 담고 있는 지역사회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태어난 고향 의성이 그의 원초적 배경이라면 현재 그가 거주하고 있는 대구라는 지역의 장소들이 경험과 맞물려 이야기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감정과 반성을 수반한 고백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가장 자기적인 것이, 가장 지역적인 것이고 그 지역을 바탕으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묘사와 진술을 통해 드러낸다. 현대시의 시류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다소 문학적으로 거칠기는 해도 때 묻지 않은 자신만의 세계를 엮어낸 시들은 장점으로 읽히기도 한다.
2025년 꽃 피는 봄날에 쓴 시인의 말에서 자신을 호두에 비유하고 있다. 그냥은 쉽게 깰 수 없는(알맹이를 꺼내주지 않는) 호두가 자기 자신인데 그런 자신을 말랑하게 해준 그건 “詩이다”라는 고백이다. 이는 시가 지닌 감성의 세계를 알아가면서 자신이 감성적인 인간이 되었다는 고백의 다름 아닐 것이다. 이미 시골에서 성장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이는 시인은 아마도 자연친화적인 심성을 지녔을 테지만,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면서 팍팍함에 익숙해졌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자신을 뒤돌아보면서 자의일 수도 있고 타의에 의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시를 접하게 되고,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KBS 9시 뉴스에 소개된 그의 표제시 『따로국밥』이 새로운 의미가 되면서 대구를 널리 알림은 물론 ‘따로’가 주는 말의 재미가 국밥에 특별함을 부여하고 있다.
얼큰한 국밥 한 뚝배기 드시고 가이소!// 어둠 속을 휘돌아온 절망을 거뜬히 넘어선 당신께/ 국물이 진국인 국밥 한 뚝배기 권하고 싶어요// 얼큰한 국물에 밥 말아서 후룩 후르륵 넘기고 나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 힘이 불끈 생길 뿐 - 「따로국밥」 전문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 그리고 반성의 매개물로 자연 또는 서정성을 문학의 그릇에 담아낸 시인의 시들은 다분히 고정된 시점에서 바라본 대상이거나 현상으로 담백함을 기본으로 한다. 심리의 복잡성이 배제된, 에두르지 않고 직설적으로 진술된 시인의 시들은 난해하지 않다.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 별다른 해설이 필요 없을 그런 시들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화려한 수사도 쓰지 않으면서, 동시에 현학성도 배제한 생활언어 혹은 소탈한 일상어로 시 쓰기의 한 전형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해설│곁을 품어 안는 실천 의지의 시 _박윤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