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공간이 있다. 머물렀던 공간, 사랑하는 공간, 잃어버린 공간. 정원과 다림의 초원사진관, 리쯔웨이와 천윈루의 38레코드, 해준과 서래의 바다. 이처럼 내가 애정하는 영화들의 공간과 유사한 어딘가들이 이곳 소동, 여름으로 지어진 곳에 있다.
너를 처음 만난 곳에서, 끝없이 시선을 맞춘 곳에서, 그리고 또다시 나를 무너지게 하는 곳에서 이야기는 영원히 기다린다. 여름은 기억을 자주 미화하는 계절이다. 은희와 산은 매 순간 사랑했으나 매 순간 이별했다. 결국에 사랑을 인정하지만, 영원에 대한 것은 미결로 남았다.
문학에서 다루는 "여름" 분위기 그 자체를 사랑하는 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한 손안에 쏙 들어오는 귀여운 책 사이즈 안에, 내가 그들의 사랑 한가운데서 처음과 끝을 지켜본 것만 같은 아린 마음이 남게 될 것이다.
_『아트인사이트, 박시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