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소풍 가을 여행》은 김권채 시인이 인생의 사계절을 통해 엮어낸 감성의 여정이자, 시간 속에 스며든 그리움과 사랑의 결을 담은 시집이다. 시인은 종심의 나이를 넘긴 뒤 문단에 발을 디디며, 뒤늦게 시를 시작한 자신의 여정을 “늦깎이 결혼”에 비유한다. 이 시집은 그 여정의 첫 번째 결실로, 그의 삶과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솔한 언어들이 독자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은 ‘봄, 피어나는 마음’부터 ‘겨울, 고요한 사랑과 추억’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사계를 따라 흐른다. 봄에는 새롭게 움트는 희망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 여름에는 생의 한가운데에서 마주하는 고단함과 애틋한 정이, 가을에는 회한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겨울에는 이별과 내면의 침묵 속에서 피어나는 따스함이 담겨 있다. 특히 어머니, 아내, 고향 완도와 신지, 그리고 자연의 이미지들이 섬세한 감성으로 되살아나며 독자들의 기억을 불러낸다.
김권채 시인의 시는 화려한 수사를 지양하고, 대신 삶의 결을 그대로 드러낸다. 소박한 언어로 풀어낸 그의 시들은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소재들 - 검정 고무신, 김장 배추, 제비의 새벽 기도 - 을 통해 보편적인 공감과 깊은 울림을 전한다. 그 안에는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고, 시간이 지나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가족의 기억과 사랑이 켜켜이 쌓여 있다. 또한 전라남도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며 지역에 대한 애정을 품은 시인의 시선은, 고향을 단지 배경이 아닌 정서의 중심축으로 끌어올린다.
《봄 소풍 가을 여행》은 단순한 시집이 아니다. 이것은 한 사람의 생애를 투영한 정서의 지도이며, 지나온 시간을 성찰하고 현재를 포근히 감싸 안으려는 따뜻한 시선이다. 독자들은 이 시집을 통해 누군가의 이야기에서 자신의 추억을 발견하고, 하루의 끝자락에서 조용히 머무는 한 편의 시로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권채 시인은 이 첫 시집을 통해 “석간수 같은 위로”를 전하고자 하며, 우리는 그 위로 속에서 오래된 사랑의 진심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