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일어나는 정서적 학대와 통제, 치명적 신체 위협까지
누구나 가스라이팅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부당한 심리적 압박으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민법 세부 조항을 개정하기 위한 안건 상정이 예고되었다. 단순 협박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행동까지 지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스라이팅의 위험성은 다수가 인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는 이제 이슈성 기사에 등장하는 소재가 아니라 법으로 지켜져야 할 수위에 이르렀다. 더 놀라운 점은, 대부분의 가해자가 피해자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교류하던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대체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왜 나를 통제하고 지배하려 드는 것인가?
예일대학교 감정 지능 센터 설립자 로빈 스턴 박사도 내담자와 나누는 대화 속에서 같은 의문을 품었다. 겉보기에는 누구에게나 부러움을 살 만한 사회적 지위를 갖추고 있지만, 이들은 건강한 관계를 지속하지 못해 심리적으로 오랜 기간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간 자신이 가진 미덕이라 여겼던 친절함, 논리정연함은 부정당했고, 급기야 스스로를 조심스럽지 못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미숙한 존재로 여기며 자아존중감이 바닥까지 떨어지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이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턴 박사는 지금 피해자가 가스라이팅의 어느 단계에 있는지부터 파악해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켜진 줄 알았다가 다시 꺼지는 고장 난 전등을 고치듯 고통스러운 논쟁의 고리가 하나둘 정리되면서 시야가 확 트인다. 가스라이팅을 삶에서 배제하는 순간, 당신에게는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다. 즉, 만족스럽지 못한 관계는 청산할 줄 알고, 더 큰 자신감과 확신을 갖고 진로를 설계할 수 있으며, 자신의 가치를 매길 수 있게 된다.
진실한 응대, 경청, 설명, 노력…
관계 개선을 꿈꾸며 가해자에게 먹잇감을 주지 마라!
가스라이팅은 비단 남녀 관계에서만 일어나지 않기에 더욱 경계를 요한다. 놀이터를 향해 달려가던 아이가 넘어진다. 이를 본 아버지는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기에 앞서 사람들 앞에서 아이를 크게 꾸짖는다. 그러자 아이는 자신의 조심성 없음을 탓하면서 이로 인해 아버지의 심기를 건드린 자신을 자책한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스턴 박사의 집필을 독려한 나오미 울프가 쓴 추천의 글에도 나와 있듯 부모라면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의 정서에 상처를 줄 수 있는 행동에 유의해야 한다. 아이들의 자아에 상처를 주거나 정서적으로 그들을 조종하려 드는 행위가 부지불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아이를 위해서라는 그럴듯한 명목으로 학대가 가려졌던 사례들에 대해 이제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스턴 박사는 책의 1, 2파트에서 가스라이팅을 정의하고, 가스라이팅의 단계별 심각성을 3, 4, 5파트에서 설명해나간다.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유용한 지침이 나오니 6, 7, 8파트에서 가스라이팅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관계를 끊어내는 해법을 반드시 살펴보길 바란다. 가스라이팅은 가해자(가스라이터)와 피해자(가스라이티)가 분명히 나뉘지 않아 알아채기 어렵다. 갈등이 증폭되었을 때, 가해자는 선량한 모습으로 태세를 전환할 수도 있고, 난폭하게 돌변할 수도 있다. 피해자는 이러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피하지 않고, 가해자가 납득하도록 애쓰면서 자신이 부족했던 점은 무엇인지 돌아보기 시작한다. 바로 이때가 가스라이팅에 장단을 맞추는 결정적 시점이다. 나는 왜 그 사람에게 휘둘릴까? 이러한 고민에 빠져 관계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면, 내가 지금 힘 쏟는 이 관계가 명확한 이유 없이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신호를 놓쳐선 안 된다.